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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3 핏줄이 너를 기억할 것이라 6
선물로 [만인보]를 받았다.

물론 만인보 전 권을 다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 첫 1-3권만 받았다. 
30권을 무슨 똥배장으로 선물을 달라고 하겠는가. 그건 도둑놈이지.
고은 시인이 1980년 감옥에 갇혔을 때부터 구상했다는,
민초들의 역사를 넣은 시집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시집. 
만 명은 못 되어도 5천명은 들어 간 시집을 내었다.

어찌보면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내었던 문체반정의 글들과 비슷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숨쉬는 글을 남기는 것이 진짜 역사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찌보면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당대의 이인거사들이 한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살아서 의원이 되었으니 죽을 때 까지 천명은 고칠 수 있다던 조선후기 침쟁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각설하고
난 맨 처음에 누굴 대상으로 글을 시작했는지가 가장 궁금했었다.

할아버지.

아무런 권세도 이름도 없이 [학생부군]으로 묻힌 고은 시인의 할아버지가
5천명의 넘는 시 속의 인물 중 첫번째로 올라와 있더라.
 
제목을 보고 시를 보는데 가슴이 울컥하더라.
생전에 아무 것도 남길 것 없을 줄 알았던 촌로가
문재(文材)있는 손주를 만나 장구한 민초의 역사 첫 장에 이름을 올렸다.

책이 있고 한글이 살아있는 한
고은의 만인보도 남을 것이고
만인보가 남으면 그의 조부도 영영히 기억될 것이다.
철따라 지내는 제사가 어찌 이보다 풍성하랴.

고은 시인은 욕심으로 할아버지를 올리지 않았으리라.
가장 평범하게 살아간 사람을 맨 처음으로 찾다보니
그의 조부가 생각났던 것일진대.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한 사람이 영영히 기억될 것은 주지의 사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기억해 주는 이가 있기를 사람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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