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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cing

수련장 2009. 2. 12. 01:50
레베르테의 [검의대가]를 쉬지도 않고 읽었다. 새벽 1시 반.
뭔가 익숙한 시놉시스였지만 그래도 달필의 대가는 확실히 다른 감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하다. 이론이 아닌 실전에 강한 것이다. 이 책에 써 있는 펜싱의 기법을
쓰기 위해서 이 사람은 직접 검을 들었거나 아니면 펜싱에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보는데
몇 년을 소비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읽는 사람이 안다. 정교한 칼의 합을 짜기 위해서는
직접 몸을 부딪혀 보는 게 최상이다. 아니면 그만큼 관전을 하거나.

각설하고, 읽다보니 펜싱에 대해서 스멀스멀 생기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다.
원래 내가 가려던 길은 검도와 펜싱이었지 복싱은 아니었다. 복싱은 말 그대로 검도의
보법을 보완하기 위해, 그리고 칼이 없는 적수공권의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택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운동량의 엄청남과 신체단련에 관해서는 최선인 듯)
사실은 검도로 넘어서다 어느정도 가정이 안정되면 펜싱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펜싱을 가르쳐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연대 펜싱동호회나 한남동, 야탑역쪽의 한군데 뿐인데
둘 다 나하고는 거리가 너무 먼 곳이다. 더군다나 지금 새롭게 전혀 다른 칼의 기예를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먼 처음 검도를 시작한 건 27살이었다. 그 당시에도 몸치였던 나는 기초를 배우는게
힘들어 죽을 맛이었고, 지금 하는 복싱도 기본을 배우는게 죽을 맛인데 언제 배울 지 모르는 펜싱의 기본기를
지금 보다 더 나이든 때에 배운다는 게 가당할까?
더군다나 가정이 안정되긴 개뿔. 이상한 방법으로 안정되긴 했지만 이런 가정을 원한 건 아니었고...
하지만 끌린다.

어르신들이 말하길, 사람이 이성을 넘어서 끌리는 게 세가지가 있다고 했다.
물과 불과 칼이라고.
셋 다 보다보면 가까이 가게 되고, 한계를 넘어서 가까이 하면 죽는다고 했었다.
난 그 중의 하나에 홀린 모양이다.
물은 광대무변한 가운데 천변만화하는 파장이 있고
불은 순식간에 위로 타오르지만 그 오름에 천변만화함이 있고
칼은 직선으로 귀결되는 곡선의 결합에서 천변만화한다.

쌍수를 벗어나 외수로 쇳덩이를 움직이고, 일족일도의 간격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간격을 좁히는 보법을
익혀보고 싶고, 손목의 스냅을 극대화해서 찰나의 순간으로 넓은 면을 확보하고 그 가운데를 적중시켜
보고 싶은 거다. 그리고 그 낭창한 칼날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쇠붙이에 몸 상할 사주라더니
사실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이미 몸 안에 쇠붙이가 있으니 액땜은 끝난 걸지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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