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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6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오 (They call me Trinity. 1970) 13
(아...결국 동영상이 잘렸군. 언젠가는 잘릴 줄 알았지만)

서부극 영화중엔 안 잊혀지는 명장면이 많다.
대부분이 멋진 결투나 대결장면, 놀라운 화면의 편집등으로 이루어진 것인 반면
정말 기이하여 사람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도 몇 있었으니 그중의 하나가 이것이었다.

트리니티 시리즈 (내 이름은 튜니티 시리즈로 우리나라엔 알려진)의 첫번째 작품이자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 주인공 트리니티가 거지꼴로 등장해서 멕시코 음식점에서 콩요리를 말 그대로 게걸스럽게 퍼 먹던 장면이다. 내가 이걸 초등학교시절 공중파로 맨 처음 본 것 같은데 어린시절에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지 미국 콩통조림만 보면 저 장면이 늘 생각난다. 실상 따 먹으면 별 맛 없는데  주인공 테렌스 힐은 정말 구경하는 사람도 침 넘어가게 잘만 먹더란 말이다. 그래서 콩 통조림을 보면서 늘 생각해보곤 했었다.

"나도 언젠가는 후라이팬에 콩 통조림을 데워먹어봐야지."

그리고 오늘 점심을 그렇게 먹었다. 벼르고 벼르다 해 본 거긴 한데.
일단 그냥 콩 통조림 하나하고 
그냥 먹기 뭐하니까 냉장고에서 놀고 잇던 정체불명의 고기를 좀 잘라서 넣어주기로 했다.
아,이미 호화판으로 가는것인가? 아냐아냐. 저 고기는 더 두면 못먹어...혼자 변명을 하면서 재료를 넣었다.
(병아리콩이 찬조출연했다. 그런데 저 놈이 왜 우리집에 있는건지 모르겠네.)


잘 몰라서...그냥 같이 넣고 볶기로 했다. -.-a 
사내의 요리라는 게 다 이런거지 뭘...그리고 항간에는 통조림 요리 너무 많이 먹지 말라더라.
남성의 생식능력에 안 좋다나 어쩐다나. 내가 알게 뭐야? 어차피 쓸 데도 없는데. 그냥 한통 다 넣었다.


고기가 익기 시작했다. 깡통에 들어있을 땐 무지하게 없어보였는데 프라이팬에 넣고 돌리니까 그나마 뭔가 있어 보인다. 고기도 좀 보이니까 성의도 있어보인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끈적함은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더라. 모짜렐라 치즈라도 넣은건가.



완성, 마땅한 빵이 없어서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 왔다.
나도 프라이팬 째 국자로 떠 먹어보기로 했다. 음핫핫!

시식 결과는...

아, 배부르다.
도저히 혼자 못 먹는다
1/3은 버린 것 같다.
맨 처음엔 새콤달콤하고 빵이 씹히는 맛이 나는게 고기도 씹히니까 좋더라~ ^0^

그런데
1/3넘게 먹으니까 지금 내가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냥 프라이팬 설거지해야 하는데 좀 더 많이 먹어야 해 라는 생각 밖에 안 났음. 

내가 넣은 콩이 [스위트 칠리소스]기반이라 새콤달콤해서 많이 못 먹은 걸까. 다음엔 집에 있는 햄소스 콩통조림으로 해 볼까..우욱, 생각만 해도 속이 거북하다. 콩이 속에서 불어나는 것 같아.

결론: 트리니티처럼 먹다가는 배 터져 죽는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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