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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4 Death of Dr. Death 2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블랙잭]을 보면, 명의 블랙잭의 맞수로 나오는 '닥터 키리코'라는 인물이 나온다.

군의관 출신.
사람의 목숨이 너무나도 쉽게 스러지고, 또한 원하지 않는 고통속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젊은 시절에 목격한 그는 절명의 상황 속에서 영겁의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환자들에게 죽음을 내려주는 것이 의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이 의사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안락사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험회사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소생 가능성을 열어주는 블랙잭과 극과 극의 캐릭터를 갖는다.

일개 사람의 권한으로 생명을 말소시키는 권리, 특히 동종인 인간을 죽일 권리가 있는 가에 대해서 근원적인 의문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가끔 정신이 힘들고 괴로울 때 사람은 자살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인에 이르기까지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절망 앞에서도 인간은 하염없이 무력하건만, 자신을 끝없이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병마 앞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인간은 없을 것이다. 내가 루게릭 병이나 말기 암이나 치매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자. 인간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몇년, 몇 십년 버텨야 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죽기에는 너무 무섭다.  암환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치매는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온다. 루 게릭병은 육신이 점점 죽어가는 것을 머리로 생생하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병이다. 모두 고통이 심한데 생명이 끊기지 않는다. 불치병이라는 것은 숙주의 생명력을 먹고 사는 질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죽음 외에는 없는 거다

이런 상황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내가 그대를 인간답게 죽게 해 주겠소."

내가 저 상황이라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종교인이라고 할 지라도 무척이나 어려운 선택 아닌가.

- 2-

미국에 한 의사가 살았다.

수많은 환자들이 불치의 명으로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다보다 못해 스스로가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기 시작했다. "인간답게 죽는 걸 돕고 싶었다." 가 그의  모토였다.

그는 정부로부터 체포되었다. 그리고 살인죄로 법정에 섰다. 그럴 때마다 배심원을 그를 풀어주었고, 그는 풀려나오자마자 자신을 찾아오는 불치병 환자들의 [자살]을 도와주었다. 130명이 넘는 사람에게는 그는 [의료행위]를 베풀었고 결국, 그는 구속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를 [신의 대행자] 라고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을 그를 [죽음의 천사, 살인자]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삶과 죽음에 관련된 모토에서 나는 감히 뭐라고 할 자격을 갖지 못한다. 이 사내는 신의 영역을 침범한 듯 하다. 하지만 왜 그랬는가에 대해서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사
잭 케보키언.
신장질환으로 사망.
향년 83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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