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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2 추재기이(秋齋紀異) 5


추재 조수삼이 쓴 당시 떠돌던 야사들을 모아다 내 놓은 기담집.

추재 조수삼은 중인 역관출신이다. 학문이 높고 명철했으나 늙어서 무관말직에 한 번 있었을 뿐 평생을 평민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영조와 정조시대 실학자들의 격동기에 살았던 사내. 이덕무. 김정희. 이서구등과도 교유가 있었던 당대의 재사였지만 그는 사대부의 눈보다는 민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원한 시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그가 늙은 뒤까지 들었던 기담들을 모아서 [추재기이]를 펼쳐내었다.
이 중에 우리도 아는 설화가 몇가지 있으니 그중 유명한 것이 [일지매], [거상 김만덕]같은 것들이다.

이 책은 사대부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천민과 중인, 길거리에서 이름없이 살다 죽은 사람들의 아름답고 슬프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짧게 읊고 각각의 시를 붙인 것들이다. 
내용들은 하나하나 골계미가 있지만 가만히 읽고 있으면 더할나위없이 서럽다. 인간의 인생에 대해서 이것저것 간명하면서도 선방의 화두와 같은 내용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몇개는 그 짧은 글 속에서도 사람의 눈물을 맺게 하는 것이 있다. 몰락한 양반, 효성스러운 효자, 알아주지 않는 의인, 평생의 정인을 못 만난 기생과 선비 등등 인생사의
모든 화두가 짧은 글 안에서 빛나고, 그 산문을 또한 응축해 놓은 추재의 시문 역시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

추재 조수삼은 비록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빈한하게 살았지만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열가지 특출난 재주가 있음을 부러워하고 펴지 못함을 한탄하였다 한다.
그것은 각각
풍모, 시문, 문체, 의학, 바둑, 글씨, 기억력, 웅변, 덕행, 그리고 장수함이었으니

사람의 기상이 인중룡이어도 뜻을 얻지 못함은 말 그대로 천시를 타고나지 못함이었을까.
아니면 이렇게라도 이름을 후대에 남길 수 있는 능력이라도 복되다 해야 할 것인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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