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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작은 방 한담 2009. 5. 16. 17:38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데
할머니와 대여섯살 되어보이는 손녀가
앞에서 올망졸망 걷고 있었다.
내가 걸어오는 걸 보던 할머니는
"오빠 먼저 가게 비켜주자~"라고 손녀에게 말했다.

손녀는
"오빠 아니야, 아저씨야!"
라고 말했다.

내 자식이었으면  영절하다 했겠지만
남의 자식이니 미워보이더라.

그러고보니 애 욕할 게 못된다.
이미 명실공히 내 주변에서는
남녀노소상하불문 나를 보면 무조건 [아저씨]다.
애낳은 여성이 무조건 [개똥엄마 소똥엄마]로 불리듯이.


*
김춘수 시인은 인간사를 달통하셨던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사람 사는 삶에서 이게 진리다.
호칭과 명칭과 이름이라는 것은
불러야 의미가 있는 것.
그리고 입에서  그 소리가 나오면
말 속에 감정이 실린다.

사람들은 그래서 [인칭대명사]를 쓰는 거겠지.
귀찮아서 &  엮이기 싫어서 & 나랑 관계 없으니

-.- + 각설하고

나도  다음부터는 그냥 [저기요, 여기요]라고 사람들에게
하고 다닐까부다.


* 다섯살 짜리때문에 삐진 [아저씨]*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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