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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0 올망졸망 회사이야기 4
1. 일주일 날밤을 까면서 한 PT작업이 어제 심사에 들어갔고 보기 좋게 미끄러졌습니다.
   저야 하루에 최소 2-3시간 정도는 잤으니 상관없습니다만 디자이너들은 거의 2주 가까이 잠을 안 잤다고 봐도
   되겠지요. 예전 70년대 군사정권이 안재우는 고문을 했다던데 우리 디자이너들이 그 당시 반독재운동을 했으면
   참 잘 했을 겁니다. 형사들이 먼저 뻗었을걸요.
   말은 이렇게 해도 솔직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말을 한 놈은 아무래도 권력의 개가 아니었을까.


2.
 아무리 열심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더라도 안 되는 때는 뭘 해도 안되는 겁니다.
 일이던 돈 버는 일이건 연애를 하는 일이건 말이죠.
 여자와 연애에 골인 할 시간에 로또에 5천원을 더 투자하는게 시간대비 효율면에서는 훨씬 월등합니다.
 우리는 그걸 모두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끝까지 하면 분명히 빛을 본다!]라는

 또다른 신앙을 가지고 사는거죠.
 40일 단식기도 하고나면 아들이 대학에 붙는다는 거하고 다를 바 없는 기복신앙입니다.
 그런데 위에 전술한 내용은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더군요.

 제가 봤을 때는[아무리 열심히 끝까지 해도 안 될 일은 죽을 때까지 안 된다]가
 세상사는 진실이거든요.


3.
그런데 1,2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기획자의 마인드입니다.
정작 디자이너들은 심드렁해요.
[안 되었으니 다음에 또 하면 되지]
라는 거죠.
안 되면 리뉴얼하고 다시 리뉴얼하고 리뉴얼하면 되는 거라는 겁니다.

밤을 샌 당사자들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제가 성격이 워낙 급해서 그럴 것일수도 있죠.

같이 있다보면
7주일 밤을 꼴딱 새고 줄담배를 피워대던 사람들은 아무런 인생걱정 안하는 반면에
난 왜 걱정을 하는 거지? 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모르죠.

열심히 끝까지 하면 성공한다는 인생의 신앙에서 강림하는 기적을 체험했다거나
그렇게 살아왔다거나 그것이 오직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믿거나
아니면 진짜 그것이 진리이거나

아니면
길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냥 마소처럼 벼랑까지 묵묵히 가거나.

둘 중의 하나일지도.

4.
전 저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를 의심하게 되어버려서
어쩌면 인생의 진리를 알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마는 예수님에게 [선생님의 손바닥에 난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자리를 보지 않으면 못 믿겠습니다]
라고 해 놓고 정작 보지 않고 부활하심을 믿었지만

전 봐도
[뻥치시네]
라고 할 것 같아요.

사람이 좀 많이 팍팍해져 버렸네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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