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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9 더빙, 성우 & so on 4
  2. 2008.11.03 광고쟁이 4
요즘 영화관은 정말 많은 영화들이 숱하게 걸리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너무 빨리 순환되어서, 보겠다 맘먹은 영화도 어영부영 하다보면 이미 극장에서 내려가 버린 뒤에 극장을 찾은 경우도 허다하다. 뭐든지 빨리빨리, 이익구조가 날 것 같지 않으면 잽싸게 타이틀을 갈아버리는 것도 풍조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동용 영화나 애니메이션같은 경우는
갈수록 하이틴 스타나 유명 걸그룹, 혹은 유명 배우들의 더빙이 많아지는 것 같다.
반대급부로, 전문성우들의 입지는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 우리가 어렸을 적에 성우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 일단 목소리도 좋아야 되는데 목소리 변형도 되어야 하고 
연기까지 잘 해야 하지 않나. 아, 연기를 잘 하는 게 우선인가?

KBS2 토요명화, MBC 주말의 영화, KBS1 명화극장 같은 곳은
말 그대로 기라성같은 성우들의 각축장이었다. 

이 성우라는 것이 마술같은 직업인게,
원판의 연기자가 정말 거지같이 연기를 못해도
뛰어난 성우가 감정을 넣어주면 그 양반의 연기가 화경에 돌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양영화도 그런거 태반이었겠지만 특히 중국영화, 듣도보도 못하던 인간들이 연기하는 무협영화 같은 경우에는
성우들이 살려준 영화도 태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성우들 중에 연기자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점점 그들의 자리도 좁혀지는 게 아닌가 싶다.
원문의 느낌을 듣고 싶어서 자막으로보기 원하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나 가수들이 대신 더빙을 맡고
그들이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케이블(만화채널)과 공중파 저녁영화 정도일 것이다.

옆나라 일본은 게임산업쪽으로 많은 성우들이 옮겨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게임산업 이미 칠성판 위에 올라간 채 흙 덮일 날만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2.

필요에 의해서, 혹은 사회의 변화에 의해서
직업이 점점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현직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거진 손 놓고 있지만 광고업은 대기업과 일하는 거대 하우스들 빼고는
이제 다 죽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TV드라마에서 머리 나풀대며 차가운 도시여자들이 볼펜하나 쥐고 까닥대며 연기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AE, 디자이너 따위는 양잿물먹고 죽은 지 오래 된 이야기다.
(사실 애초에 그딴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게 명멸한다. 예전에 변사가 영화관에 있었고 안내양이 버스에 있었던
시절이 지나갔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또 다른 걸 구하러 돌아다닌다.
아니면 도태되던가.

현업으로 성우를 뛰고 있는 내 동창놈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든 걸 때려치고 수십번 시험을 봐서 성우에 합격한 그 녀석은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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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쟁이

작은 방 한담 2008. 11. 3. 14:37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나는 광고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출생은 카피라이터이되, 카피라이터로만 살 수 없기에 AE짓도 하고, AE짓만으로는 충당이 안되고 사람도 적고 그렇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으므로 가방모찌도 공공연히 하고 사람이 없을 때는 운전수부터 하역꾼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살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 소규모 광고업체의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살고 있을 터, 뭐라고 혼자서 개인의 신세타령을 늘어놔 봤자 객적인 소리일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광고판에서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정확하게 광고 본판에 뛰어들어서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는 이들은 극소수의 능력자들 뿐이다. 광고판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몇몇은 광고 외의 수입으로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거나 혹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일이 허다한데, 이유인즉슨
머리는 쓸만큼 써도 매출로 직접 이어지지 않으며 매출로 이어진다 해도 갑과 을의 고정적인 신분차별에 대한 억압이 늘 그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광고판의 갑과 을은 다른 갑과 을의 상태와 비교해 볼 때 시민계급과 농노의 수준정도의 차이가 난다. 물론 제일기획이나 다른 외국계광고회사같은 덩치 큰 곳은 제외하고 볼 때, 광고판의 갑과 을의 관계는 클럽에서 만난 원나잇스탠드보다 끈끈함이 덜하다. 하루 아침에라도 잘못 보이면 그 날로 모든 것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요, 한 번의 프로젝트도 견적서 하나에서 밀리면 그 날로 거래가 끊기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상거래 행위의 상도나 인간관계에서의 끈끈함 같은 것은 전혀 볼 수 없는 곳이 이 곳으로 자기가 데리고 있던 직원을 내치는 것은 봄날 나물 뜯으러 가는 것보다 수월하고 관포지교가 오월동주로 변하는 것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20년 가까이 광고판에서 뼈를 묻은 어느 사장이 [돈 벌려거든 광고판을 떠나라]라고 너무나도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으니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직업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지금와서 별다른 일을 하기도 그렇거니와 두번째는 어쩌다 한 번 내가 창의력을 기울인 작품이 한 번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기쁨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일장춘몽을 꾸기 때문이다. 두번째 부분은 소규모 대행사에서는 로또1등과 같은 부분이다. 소규모 대행사와 거래하는 업체라봤자 크기가 고만고만할텐데 공중파 CF는 언감생심이요 지면광고도 제대로 못 싣고 그저 찌라시로 홍보효과를 노리는 부류가 대다수이다. 그런 곳에서 내가 제안할 수 있는 매체와 컨셉은 당연히 제한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큰 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 대박의 꿈을 안고 인디언이 득시글대는 서부로 달려가는 포장마차들이 광고판 사람들인 것이다.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읽던말던 그냥 글을 쓰는 것을 미치도록 좋아한다. 그래서 이 직업이 적성에 맞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상상력의 극한을 뒤집어 놓은 말초신경의 장난질에 불과하다는 것은 빼도박도 못하는 이 시점에서야 깨닫는다.
블로깅과는 별도로 지금 뭔가를 집에서 혼자 쓰고 있다. 이게 무엇인지는 나도 쓰면서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내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흔들어 쏟아서 손으로 옮긴 뒤에 활자로 만드는 행위를 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아마도 내 천형이거나 내 천직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밖에.
어쨌건 지금도 뭔가를 만들어 내야한다.

돈을 만들어야지
돈을 만들면 자유를 살 수 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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