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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다는게

투덜투덜 2010. 6. 7. 01:14
아버지가 고양이를 집에 들여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

"당장 보자기에 싸서 내다 버려라"

우리 집안의 대화라는 것이 사근사근한 맛이라곤 찾아 볼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정들기 전에 내다버리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들면 못 버린다는 뜻이지.
사람이건 짐승이건 오랫동안 보면 정이 드는 법.

같이 있어 불편할지라도 못 보면 허전한 것이 정일진대 그것이 애정만 못한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고
정이라는 것은 생활 가운데 그 요소를 하나의 구성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 포함되는 것이니
오히려 인생에 있어서는 더욱 무거운 것으로자리매김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온 아버지의 말씀.

정 들기 전에 내다버려라.

가혹한 말 같지만 연암 박지원 선생도 같은 말 하지 않았던가.
개를 키우지 말라. 

개는 주인을 따르는 동물이고, 언젠가는 죽이게 될 터인데 죽인다는 것은 차마 할 짓이 아니니 
차라리 키우지 아니함만 못하다.

개장국이니 사철탕이니 하는 시비거리는 일단 제껴두고서라도, 삶에 대한 연암의 자세는
그것으로 본받을 이야기다. 있는 구절 그대로 해석하지 말자.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결혼도 언젠가는 정이식고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 결혼 아니함만 못하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뭐가 다르랴. 
사람이 어떤 일에 책임을 지고 뭔가에 정을 쏟는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은 피조물이라도 아득한 것이다.
지금이야 귀엽고 하는 짓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니 데리고 산다쳐도
언제까지 이렇게 데리고 살 수 있으려나.

정말 살수록 원수같아지면
정말 어디에 갖다 버릴 것인가.
이혼하듯이 하루 아침에 싹 정리해버리고  없던 일 쳐버릴까.

인생축생 앞날 모르는 것이다.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가짐이야 있는 것이겠지.
사람의 마음이 금성탕지같아도 허물어지는 것이 인생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어디까지 지탱하리.

그래서 스스로가 갖는 결심이라는 게 중요한 것일게다.
바람에 흔드리는 낙엽처럼만 살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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