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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4 우렁이에 살고죽는 저녁
언제부터인가 저녁을 모두 우렁이로 해결하게 되었다.

어제는 우렁추어탕을 먹고
오늘은 우렁보쌈을 먹고
지난 주 금요일에는 우렁이튀김과 함께 술 한잔 했으니
우렁이와 함께 사는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어패류를 좋아하지 않고 그리 즐기지도 않는데
나이먹은 뒤에 기어다니는 것을 잘 먹게 되니 참 희한하다. 그것도 발 없는 동물인데 (뱀은 잘 모르겠다)
참기름에 버무려진 우렁이회나 하나 먹을까.
작은 걸 한 점 두점 먹다보니 안 먹던 술도 한 잔 먹게 되고
주방장은 못 보던 단골이 생겼다 하니 방금 전 무친 우렁이 회 한 접시를 서비스로 갖다주고
(오늘도 도장에 못 갔다...하~)

아닌게 아니라 이 동네에서 그 우렁이집 된장이 가장 맛있고 음식이 정갈하니 괜찮다.
돈 2000원이 더 비싸지만 좋은 걸 먹고 그 자리에서만은 심신의 걱정이 없으니 그것이 좋은 일 아니랴.

우렁이도 집이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

뭐 어쨌거나.

정철의 장진주사나 개사해서 써 놓고 가련다.

한 점 먹세 그려, 또 한 점 먹세  그려

꽃 꺾어 술잔 세며 한 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 지게 위에 거적 덮고

꽁꽁 묶여 실려 간들

곱게 꾸민 상여타고 수 많은 사람들

울며 불며 따라 온들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

우거진 숲에 한 번 가면

누런 해 흰 달 뜨고

가랑비 함박눈 내리고

회오리 바람 불어 칠 때

누가 있어 날 더러 한 점 먹자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가

휘파람 분다해도

지나간 날 아무리 뉘우친들 무엇하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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