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1.17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하셨습니다.
뼈를 다친 것도아니고, 그냥 근육이 놀란거지만 며칠 째 운신을 제대로 못하고 계시죠.

소파에 앉아서 친구분하고 전화를 하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예전과는 달라. 이런 걸로 몸도 못 가누고. 이제 죽으려나 봐"

옆에 멍하니 앉아 TV를 보고 있다가 그 말을 듣는데
아, 그런 기분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뼈가 찌릿찌릿 저리면서 머리까지 차가운게 확 올라오는 기분.

[죽겠다]는 말을 누구보다 싫어하시는 당신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걸 아들이 듣고 있자니
뭔가 머릿속을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옵니다.

아, 이젠 정말 나이가 많으시구나 하는 것과 함께 참 많이 달라지셨구만 하는 기분과 함께
뭔가 [금기시되는 예지]같은 것까지 떠오르는 것이죠.

그렇다고 "아버지 그런 약한 말씀은 마십시오! 아직 창창하시지 않습니까!" 뭐 이러면서
서로 포옹하고 그러는 낯간지러운 정서는 부자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 토종 한국인이니까요.

그냥 새삼스럽게 생각이 다시 날 뿐입니다.
마냥 모시는 날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아버지를 볼 시간은 이제 대충 10년 안팍. 길어야 15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당신 눈에 보이겠지요.

이 모든 생각들이 찰나에 일어나고 합쳐졌습니다.
설명하기 힘들지요.

그냥 가슴이 아프다는 것 말고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적합한 말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