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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2 서울영감들 처음가는 국도놀이에 2
오산에서 사업하는 사업주를 만나겠다고 아침부터 일찌감치 서울을 나서 고속도로를 탔는데

70년대에는 고속도로인 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아침이건 저녁이건 6.25 사변때 피난가는 행렬이나 진배없으니
내가 빠른지 우마차가 빠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동탄까지는 졸면서 가도 운전할 수 있는 지경이니
차라리 내가 황영조나 이봉걸..아니 이봉주의 심폐만 있었어도 그냥 배낭메고  뛰는 것이
훨씬 건강이나 경제나 지구환경이나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있던 찰나에
"형님, 차라리 국도를 한번 타 봅시다" 라는 N군의 말에
차를 국도로 몰고 빠지기로 했다.

오, 이런 풍경이?
얼마나 돌아가는 지는 계산하지 않았는데. 하여간 차가 붕붕 달린다.
게다가 양 옆에 푸르른 신록이 우거지니 가히 드라이브 아닌가.
사내 둘이 하는 칙칙 음울한 그린 드라이브!

이러저러 광고주를 만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아까 일도 있고, 분명 고속도로는 대박집 점심시간만큼이나 메어터질테니
다시 국도로 타고 올라가자는 심산이 들었다.

그렇게 잘 가고 있었다.
네비게이션 교차로 하나 놓치기 전까지는.

교차로 하나 잘못 탔더니
갑자기 키로수가 10km이상 늘면서
나는 생전 가볼 일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통탄 시내를 횡단해서
역시나 연고도 없고 볼 일도 없는 수원시내를 관통하기 시작햇다.

"이게 뭣이냐! 쓸데없이 길만 뱅뱅 돌아가지 않는가!"

"그러게 왜 교차로를 놓치신겁니까!"

"시끄러 임마 누가 이럴줄 알았어?"

"아이 참 어쩌구 저쩌구"

"시끄러 시끄러"

둘이 투덜대면서 차를 몰고 오는데 빗방울까지 후두둑
그렇게 음울하고 칙칙한 그레이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앞에 성곽이 보이더라

음? 이건 교과서에서만 봤던 수원 화성인가?

"야, 이게 수원 화성인가보다."

"나도 책에서만 봤지 처음 보는데"

"야, 잘 지어놨구만"

"이것이 정약용의 기중기로 만든 바로 그 성이오"

"기중기가 아니라 거중기여"

"머 어쨌거나...아~ 이쁘구만"

"아~ 이쁘구먼~"

갑자기 두 사람은 신이나서
여기저기 기웃기웃

그렇게 다니면서
경수산업도로를 타고 의왕을 지나 과천을 넘어 남태령 옆의 우미관..아니 우면산터널까지 지나
허위허위 십몇 키로를 돌아 사무실까지 도착하고 말았다.

"야~ 오늘 구경 잘했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국도 타는거 재미있네."





...이러니 돈을 못 벌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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