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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7 그리 길지 않은 시간 7
오랫만에 통화를 해보았다.
별다를 것이 없는 목소리

맨처음엔 내 목소리를 듣고 어색해했지만
잠깐 뒤엔 그냥 그렇더라

"요즘 어떻게 지내요?"

그냥 일상적인 대화, 그리고 침묵.

2분도 안 되는 통화였을테지만
업무때문에 건 전화가 참 길게 느껴졌다.

내가 이 사람을 안 건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도 변했고, 나도 변했고.
하지만 사람이 오래되어도
가끔 보아도
변하지 않는 감정이라는 것은 분명 있더라.

처음 보았을 때 가졌던 감정이
퇴색되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

하지만 엄연한 건 비정한 현실이고 내가 서 있는 자리고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다. 나는 낭만적이라기보다는
너무나 현실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고
그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업무상의 통화로 끝나는 것일게다.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안다.
알아도 족히 오래전에 알았을 것이다.

아트 가펑클은
Traveling boy에서
완벽한 사랑은 영원히 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 했건만
참으로 지난한 시간이 흘렀다. 무척이나 긴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오랬동안 한 사람에게 동일한 감정을 갖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주위의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하나 정도일까.
무덤까지 가져가서 혼자 만족하며 사라질 추억같은 거
하나 정도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뜬금없이 맥주가 땡기는 저녁.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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