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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見.聽,感 2008. 12. 2. 21:30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말이 하나 있다.
"그래도 현실은 시궁창" 이라는 이야기지.

난 어쩌다가
별다른 홍보를 접하지 않고 어쩌다가 보게 된 이 영화에서 저 짧은 자조섞인 멘트를 꽤나 유려하게 풀어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3류 쌈마이영화처럼 홍보를 했었다만 영화는 조용히 감상하다 보면 그 생각 이상의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잘 만든 영화였다.소지섭이라는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편견을 깰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 자체가 관객에게 던지는 진지한 태도 자체가 조폭영화라는 생각을 깨게 만들어 줬달까.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이야기가 이 영화를 관통한다.
하나는 소지섭의 호접지몽이요
하나는 강지환의 진여(眞如)를 찾는 과정이다.

소지섭은 내가 나비인지 나비의 꿈을 꾸는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강지환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은 서로에대해 멘토의 역할을 맡는다. 강지환은 소지섭의 미몽을 깨우며 내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에대한 각성과 함께 제 갈길을 보여주며 소지섭은 강지환의 삶 자체가 일장춘몽에 가려진 껍데기의 일부분임을 보여준다. 강지환은 영화 전체를 통해 소지섭에게 길을보여주고 소지섭은 마지막 장면에서 강지환에게 진여를 찾아내는 현실의 전도자로써의 역할을 한다. 결국 두 사람은 현실의 끝에서 마지막에 만난다.

두 사람의 주먹질은 임제할 덕산방과 같다. 끝없이 깨우치지 못하는 제자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것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 그리고 한 순간이다. 돈오의 순간은 쓸개처럼 쓰다. 하지만 그것은 인식하고 나갈 길을 찾는 것 역시 그 순간에 결정지어진다.

그리고 남아있는 것은 [현실은 시궁창]
혹은 [인생은 영화보다 더 영화스럽다]는 격언의 재탕.

마지막의 클로즈업은 그 두가지 순간을 뛰어넘는 [자신의 길을 발견한]사람들의 모습이다. 하나는 울고 하나는 웃는다. 하지만 우는 자는 자신을 찾는 것이고 웃는 자는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 결국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나 스스로의 무대도 없다.

김기덕이 어느정도까지 이 영화에 관여했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단지 그 안에서 내가 읽어낸 것은 저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냥 다 보고나서 무척이나 마음이 허해지는 영화였다고나 할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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