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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3 병,병원, 의사 그리고 약사 2
1.
며칠동안
신경이 날카로와질대로 날카로와진 상태에서 잔업을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몸살이 걸렸다.
원래 신경이 둔감한 편이 아니라서 두달에 한번 꼴로 아프다.
그나마 현대에 태어났으니 망정이지
조선시대나 구한말에 태어났더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을 법한 불량한 신체다.

병원에 들렀다.
얼굴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의사와 환자.
"이번엔 어디가 아프셔서~"
"머리와 목감기가~"
"요즘 유행이죠~"
"예"
"약은 부작용이 없었으니 좀 진통제를 센 걸로 섞어드릴까?"
"많이 돌아다녀야 해서..."
"그럼 예전처럼 넣는데 하나를 더 넣어볼테니 몸이 안 좋으면 빼시지요"

불치의 병도 아니고
몸이 환경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의사도 알고 나도 안다.
아마 약 한 두 세번 먹으면 또 나아질 것이다.

아프다고 징징대며 외로와요 외로와요 타령할 바엔
내 얼굴만 봐도 뭔 약을 투여할 지 아는 의사한테 가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물론, 전혀 정서적인 도움은 안 되지만.

2.
병원 아래 약국에 갔는데
호호백발 할아버지 약사님이 없다.
며느린지 동업자인지 모르는 아줌마가 처방전을 보고 약을 내 준다.

"약사 어르신은 어디..."
"이제 낮에만 잠깐 나오세요."

하긴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호호백발 할아버지셨다.
노구에 활인하기에는 스스로 보신할 나이가 지나신 몸이다.

아마 은퇴하시거나
못 뵙게 되겠지.

그래도 약을 살 때면 늘 보는 얼굴이라도
"이 약은 뭐에 쓰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듣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먹는 약이요~"
하고 일일히 알약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설교아닌 설교를 하던 분이 없으니
맘 한 켠이 쓸쓸하다.

봄은 봄인데 왜 이리 추우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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