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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황금에 눈 머는 자 인간이려니 6
하루하루 자신이 맡은 일을 또박또박 해 내면서 자신의 생을 이어가는 대다수의 사람들 사이에 늘 존재하는 일확천금의 꿈을 나쁘다고 할 도리는 없다. 나 역시 로또를 계속 사고, 또한 그것이 토요일 저녁까지 막연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작은 즐거움이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돈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재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다반사니, 돈이란 그 [부족함]을 기본으로 하는 물건이기에 그러하다.

태초 인간의 역사에 돈이 생겨난 뒤로 사람은 돈에 휘둘려왔거니와,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은 그에 대해 집착해 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정말 괴상한 종교적 제의, 혹은 일그러진 연애가 아닐 수 없으나 정작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위성으로 똘똘뭉친 삶의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우리들에게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는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요, 새벽에 침대로 기어들어오는 슈퍼모델이요, 현관 앞에 장미를 들고 서 있는 꽃미남이다. 어느 날 천상의 신같은 자태가 같은 침대에 누워서 날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짓는 기분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꿈이면 깨지 않게 하소서]의 기도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여기저기에서 [이것은 꿈이 아니라 사실입니다]라고 말하는 로또당첨자들이나, 부동산 졸부들을 보면 우리는 언젠가 내 침대에도 이런 꿈이 굴러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굳게 믿고 살아가는 것이다. 

꿈을 꾸는 자를 위한 변명은 언제나 존재하며, 꿈 자체로써는 무익무해한 법이다. 
그러나 만약
일확천금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일이 내 머리위에 있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아 보이고 
주변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그것이 일확천금이네!]라고 한다면
당신은 얼마나 정신을 차리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이성을 찾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바라는 소망. 그러나 꿈에 가깝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아는 상태. 하지만 현실의 탈을 쓰고 그 꿈이 당신 앞에 나와 있다면!

신기루는 허상이 아니다. 멀리 있는 실물을 가까이에 떠올리게 하는 자연의 속임수일 뿐이다. 
분명 그것은 존재하나 신기루가 손에 들어올 것이라고 믿는 것은 인간 오감의 착각이다. 일확천금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존재하는 방식에 의해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내가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까지 들여온 노력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금같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계산이며, 달콤한 향과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내 방향을 잃어버린 이들이 [본전도 날려먹기 쉬운]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행동일 뿐이다.

복권이나 도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일하는 마당에서, 같은 직업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하는 일들이 산재한다. [이것만 하면 대박난다] [이것만 물면 우린 팔자편다] 이런 말을 지금까지 몇십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랄하면서 끝까지 까 봤을 때 그 속에서 흥부박씨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무서운 것은 똑같은 레파토리가 일년내내 반복되고 나같은 무지렁뱅이들은 계속 까고 까고 또 깐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사람의 오감과 이성이 마비되는 시점이 분명 존재하고, 그 가운데 있는 [돈]이라는 놈은 그래서 정녕 무섭고 소름끼치는 놈인 것이다. 사람도 사랑도 우정도 신뢰도 다 무너뜨릴만큼 무서운 집념이 거기서 발휘된다. 눈멀고 귀먹고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의 아비규환 속에서 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 주위 사람들을 발견한다. 아니 무서운가?

짐승중에 황금에 눈 머는 자는 오직 인간 뿐이다. 짐승의 눈에 황금은 노란 돌멩이일 뿐, 바윗덩어리 사이의 소금만도 못한 존재이다. 소금은 먹지 못하면 죽지만 황금은 갖지 못해도 산다. 그러나 우리는 황금을 위해 기꺼이 호접지몽을 꾸며 죽으리라. 아무리 현명하고 사려가 깊다고 해도. 알면서도 속는다 치더라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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