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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토요일이네
예전에는 토요일이면 날 밝기가 무섭게 집 밖을 뛰쳐나가 돌아다녔건만
이제는 조용히 빨래하고 청소하고 인터넷이나 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천장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게된다. 삶이라는 것을 늘 뭔가 활기차고 충일하게 채울수만은 없다. 일주일의 닷새를 힘들게 쉬었으면 삶이 피곤해서라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쉬는 것보다는 노는 것을 원한다. 원한이 쌓여있기 때문일까? 닷새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허비되었다고 느껴지는 내 시간을 여선번 째 날 내 맘대로 전용(全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몸을 혹사시킬지도 모른다. 이것은 흘러가는 시간에대한 인간의 복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에도 언젠가는 한계가 있는 법. 사람은 충전을 받아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 있으면서 침잠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냥 멀쩡하니 우두커니 앉아있는다고 해서 스스로가 침잠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나는 왜 이랬던가. 왜 나는 그 때 부끄러웠던가. 왜 나는 그 때 기뻤던가. 그 사람은 나와 어떠한 관계인가. 과연 온당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가 등등 나 스스로에 대해서 내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하나하나 결론을 맺고 거기에 대해서 입장을 생각하다보면 이미 시간은 하루로도 모자란다. 반성이 아닌 신심(愼心)의 시간은 늘 괴롭고 부끄럽다. 자아비판이라는 것은 아무도 없더라도 스스로를 면구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혼자 존재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그러나 주말이라 해서 절대적으로 시간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외출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부모를 방문하거나 예기치 못한 결혼식이나 주중에 밀려서 해 내지 못한 잔 정리나 설상가상 주 중에 끝내지 못한 회사 일 따위가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다른 이들은 어떤 지 모르겠는데, 나는 내 개인의 삶과 회사의 삶과 가족 구성원의 삶과 인간 한 사람의 삶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층을 구성하고 있는 일이 이질적으로 내 공간에 침투해 들어오면  일단 거부반응부터 생긴다. 나름대로 짜여진 공간과 요새화된 지역이 있는데 그곳을 아무런 영역표시없이 드나드는 삶이라는 것은 누가 들어오던 내게는 침략자에 다름없으니.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이런 분별이 희미해지고 내가 제어할 수 없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혼자라 외로와서 그럴지도 모르겠고, 개뿔이나 주는 것도 없이 책임만 늘어나는 [대한민국의 장남과 사내새끼]라는 더럽게 치사한 핸디캡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나는 지금 나가봐야 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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