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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3 정신건강상 안 좋은 글 2
2주에 한 번가는 부모님과의 면담은
거의 요즘 [막장 끝내기 100분토론]의 연장선인 듯 싶다.
(관용! 똘레랑스!)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들어서서 이야기해도
거의 조X일보 대기자의 집에 초청받아 간 기분인 듯
텍스트 하나 틀리지 않고 이야기하시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서글프기 그지없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는 모두 몇만원씩 받고 노무현이 상가를 몇 바퀴 방문했다는 둥
원래 권양숙이가 일수찍던 여자였다는 둥 이런 마타도어 쪽으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아니 명박이 부인도 발가락사이에 다이아 밀수하다 걸린 X이라는 둥
이쯤되면 시장통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거다.

원래 40이상 되어서 정치적인 방향이 뒤바뀌려면
집안의 누군가가 경찰봉에 모가지라도 꺾어져야 하는데
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부모님까지 연좌제 시키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렇게 살게 방임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왜?
난 그래도 강남 사니까.
이 동네 노른자를 쭉쭉 빨아먹고 산 놈이거든.

아무리 결기있게 떠들어봤자 [강남살고, 교회 다니고, 등 따시고 배부른 박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가진 거라곤 강남 거주지 하나밖에 없어도
강북이 아닌 지역에서 아우디 끌고 다니는 놈이 훨씬 운동권스러워 보이는게 세상의 보는 눈이다.
언젠가부터 강남이라는 것과 기독교라는 것은 [반민주]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으니까.



하지만 짚고 넘어갈 건 넘어가야 한다.
이 동네에서 [조선일보]는 진리고 길이고 생명이며, 많은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성경 다음가는 진리라고 믿고 있으며 박정희는 어두운 사망의 골짜기를 걷던 걸뱅이 민중들에게 복음을 던져주었다가 악당의 손에 죽은 예언자의 페르소나 그대로라는 것을. 이것은 또 다른 신앙임을.

아무리 두들겨대 보라는 것이다. 강남을 아무리 두들기고
기독교를 아무리 두들겨 봐도
생명을 늑탈하지 않는 한, 좌빨에 대한 그들의 편견은
절대로 교화되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앙이니까!


그런데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뒤에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조금씩 목격한다.

[그것은 그 분의 뜻이 아닐 겁니다.]

어쨌건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흠모하는 것은 좋은데...
조금씩 [신앙화]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 분의 유지는 이렇지 않을 겁니다]
[그분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과연 이것이 그분의 뜻이었을까요]

아무리 한나라당과 우익(이라고 쓰고 시체냄새나는 수구새퀴들 이라고 읽는다)들이
두들겨 대도 저들은 노무현대통령을 채운덮힌 하늘위로 승천하시어
수많은 민주시민들의 머리 위에 보혜사 성령을 내려주신 메시아로
믿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흠모와 애정은 좋은데 제발 종교는 하나 더 만들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흡혈귀를 잡아다가 흡혈귀를 잡아먹는 싸움을 하고 싶은건가?
하긴 박정희교에 대항하는 노무현교도 나름대로 괜찮겠군.

결국,
세상은
아무리 쿨한척 해도
서로의 믿음에 대한 싸움이다.
믿는 종교가 없다고 믿는 인간들만큼 투철한 신앙을 가진 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럼 난 뭘 해야 할까?
소위 [냉담자]로써의 위치를 지켜야 하나?
성격상 그 짓은 못 하겟지만 광신자 집단에 끼는 것도 싫다.
결국 지금 교회에서 내가 하는 것처럼
대충 삐닥하게 벽짚고 앉아서
오늘설교 씨발X같네 따위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집에 오는
말 그대로 [조직에 적응 안 하는 조직원]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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