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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11. 22. 23:59
1.
나이를 먹고 뭔가 유난스런 짓을 시작한 것 같긴 한데 끝까지 잘 이어졌으면 싶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잊어먹는 일을 종종 하면서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껴보고 싶은가 보다. 그러면서 가끔 의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는 게 인생이니까. 40대에 챔피언이 된 조지포먼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하긴, 조지 포먼은 챔피언이 되고도 남을 사람이긴 했지만.


2.
오랫만에 쫄아든 지갑형편을 무릅쓰고 책을 우수수 사 모았다.
대부분의 세익스피어의 희곡. 전예원 버전으로 모으다보니 지갑에서 비명을 지른다. 왜 개정판이 될수록 책 값은 비싸지는가? 죽어서 썩어문드러진 지 오래인 세익스피어가 첨삭을 했을리도 없는 고전이 말이다.

- 코리올라누스 : 풀르타크 영웅전이 출처인 비극영웅. 이건 영화화되기도 하는 중이라는군.
- 베로나의 두 신사 : 글쎄, 읽어보지 않았는데 대충 본 서평으로는 우정에 대한 희가극일 것 같다.
- 베니스의 상인: 예전 세로쓰기 버전의 오래된 글 말고, 고어체에서 벗어나지 않는 현대적인 번역을 원하는데. 괜찮
                       을지 잘 모르겠음.
- 리처드3세 : 결국은 다시 샀다. 빌려준 책이 내 손으로 돌아오려면 요원할 것 같은데 너무 읽고 싶단 말이지.

그리고 하나 더

에드몽 로스탕 : 시라노 드  베르주락.

3.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맨 처음 접한 건 아마 MBC 주말의 영화였을 것이다. 
제라르 드 빠르듀와 벵상 페레가 주연한 영화, 벌써 20년이 지난 영화다. 이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이제 그 때의 청춘은 남지 않았고, 록산느 역의 안느 브로쉐는 예전의 청초함을 찾을 수 없어졌다. 하지만 그 때의 영상은 아직도 기억난다. 마지막까지 의기를 잃지 않던 시라노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련했던가.

이제서야 원작을 사서 단숨에 읽었다. 
19세기 로망스가 아직도 21세기에 천연스럽게 다가온다.
아직까지도 가슴 한 켠에 고통스럽게 텍스트가 다가오는 것을 보니
내 청춘은 시들어도 사랑에 대한 정념은 아직 스러지지 않은 모양이로다.

누군들 그런 경험 없으랴

온 힘을 다해 밝은 빛을 향해 날아오르지만
그것은 닿을 수 없는 달빛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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