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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30 나는 승리자로다 6
잠깐 필요한 물건을 사러 회사에서 나왔다 다시 돌아가는 중

회사로 올라가는 작은 언덕배기를 올려다 보는 순간
무언가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스키인가?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눈이 얼어붙은 골목길을 하강하며 내려오는 인영이 있었으니
손은 무슨 타이타닉의 레오 머시기처럼 벌리고...(아, 케이트 윈슬렛이었나?)
이상한 신을 신은 채 미끄러지는 내려오는 것 아닌가.

내 옆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그이를 살펴보니
롤러 블레이드를 신은 안경낀 초등학생이었다.
그냥 걸어도 미끄러운 이 길을 롤러블레이드로 내려올 생각을 하다니
어린 놈이 용자였다.

그건 둘째치고,
나를 지나칠 때 그 녀석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는다.

약간 벌겋게 상기 된 채로
마치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기말고사에서 올백을 맞은 학생이
선생님의 호명을 듣고 일어서서 시험지를 받아들고
아무 말 하지 않지만 모든 급우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끼며 제자리로 들어오는
그런 표정이었달까.

어쩌면 그 녀석은 저 언덕을 내려오려고 일부러 롤러블레이드를 신었는지도 모르겠고
혹은 처음 롤러블레이들르 타고 언덕길을 내려왔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 표정은 완벽한 자기성취의 표정이었다.

좋겠구나.
그 감정을 오랫동안 기억하기를.

나이를 먹으면 그 감정 맛보기 점점 힘들어지나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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