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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4 개인적인 스탠스에 대한 소고 2
어디선가 누군가가
"진보적인 척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다분히 폭력적일 수도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뻐꾸기를 내게 날린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나?

각설하고 말하자면
나는 진보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취향이나 행동양식을 보면 old-school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도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사회의 급작스런 변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까지는 안 가더라도 가정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가족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아예 쳐다도 안 보는 보수성향의 사람이다. 농민이 귀한 이유는 노력만으로 얻지 못하고 하늘의 도리를 받아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고 사람의 오성이 아무리 발전한 들 신의 현현앞에 그 얼마나 초개같은가 라는 중세시대(?) 생각까지 지니고 사는 사람에게 무슨 진보란 말인가.

진보이기 때문에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옳지 못하니까 비난을 하는 것일 뿐이다.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고 바르게 행동하지 않고 남을 훈계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그런 행동거지가 싫고 보기 어렵고 그렇게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싫어하는 거고, 사람과의 관계와 가족간의 관계는 엄연히 별개의 것이고 가족의 관계를 사회바깥으로 넘길만큼 급진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에 칼로 베듯 선을 긋는 것이다. 내가 성자처럼 살지 못한다고 해서 성자의 삶을 따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거니와, 그 노력을 하는 도중에 내가 바뀔 것이라 믿기 때문 아닌가. 차라리 나는 시민(市民)보다는 유생에 가까운 사람이다.

삶을 남에게 재단당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숙명이나 내가 그렇다고 그 모든 이유에 일일이 장단을 맞춰 줄 이유도 없는 것이며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던 간에 나는 내 길을 갈 뿐이고 그 길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정치적인 공통분모를 타인에게서 찾으려는 생각이 더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와는 별개로, 내 성격이 불같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폭력적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줄까나.
"그래서 내가 폭력적으로 사는 걸 본 적이나 있는가."라고.

하긴 유도를 배우는 친구놈은 매일 싸움질만 하고 다니는 줄 알았던 중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개인적인 선입견에서 나온 편견이었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한다는 것이
힘들다기 보다는 귀찮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나이를 먹을수록 협소해 지는 것일지도 모르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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