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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7 동네 엄씨 아저씨 이야기 4
엄밀히 말하면 우리 동네가 아니라 내가 예전에 살던, 지금은 울 부모님이 살던 동네 이야기라.

몇 년 되지도 않은 시절 이야기네.

검역당국의 사대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미국쇠고기 수입반대시위가 광우병빨갱이 시위로 둔갑해서 정부의 된서리를 맞고 있던 시절의 일이라. 나도 알음알음 시위에 나가던 형국이었고, 하늘이 두쪽나도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믿고 계시는 부모님께는 말 안하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모 방송국 사장님이 살고 계셨다. 산다 해도 대단지니 바로 코 앞에 살던 건 아니고
길 건너편에 살고 있었던게지.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길 건너편은 난리도 아니네."

"왜요?"

"노인네들이 와가지고 말이야. 그 엄씨 아저씨 집 앞에서 시위하고 있어. 빨갱이라고 피켓들고"

"빨갱이라니."

"하여간 길목 앞 막고 거기서 매일 돌아가면서 시위한다."

 그런데 엄씨 아저씨, 별 말도 안하고 사람이 묵직하니 그냥 있더라고. 방송국 사장이라는 게 저런 자리인가 싶었다. 예전에 영화 [good night and good luck]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도 방송사 사장은 딱 해주는 일이 언론기자들 쉴드였단 말이지. 그것도 보통 인간들이 아닌 권력의 최상층부에게서 방패쳐주는 역할. 보통 강단으로는 못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다. 그런데 그게 지금현실에서 벌어지니...허, 엄씨 아저씨 사람이 달라 보이는거라. 사람 뚝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말이다.


-2- 

그런데 올해 초에
갑자기 이 양반이 자기를 그렇게 두들겨 패던 쪽으로 붙더니 갑자기 도지사에 출마한다는 거라.

"이 뭐임?"

하여간 언제인가 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더란 말이다. 가만히 보니까 그냥 그 당 사람같아. 예전에 보던 양반하고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또 그 양반이 거기 가 있으니까 그냥 비슷한 색깔인 것 처럼 보이더란 말이지. 그런데 솔직히 의아했다. 저 양반 희한하다. 몇 년 전만 해도 강철대오의 깃발같던 양반이 어느 새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

내가 갖는 감상은
사람에 대한 실망이라던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다 그런 것이 아니다.
[ 왜 갔을까? ]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거다. 그렇게 집 앞까지 와서 가족까지 괴롭히던 사람들이 있을 때도 회사를 지키던 양반이 갑자기 잘리니까 노후대책이 절실했던 걸까? 아니면 책잡혔나? 이도저도 아니면 자다가 계시라도 받은 걸까?
 
 하여간 내가 얼렐렐레~ 하면서 바라보는 와중에 이미 강원도에 가서 도지사 한다고 하다가 그 양반도 거기서 얼렐렐레~ 하다가 낼름 떨어져버렸다. 그리고는 그냥 깨끗이 접고 다시 집으로 온 것 같은데.
 
난 이해가 여전히 안되는 것이다.
왜?
왜?
왜 그랬을까?

그냥 그런 걸 보고 싶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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