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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9 서유기 선리기연(94) 6

주성치를 알게 된 것은 95년 여름이었던가 할 것이다.

어느날 괴이한 후배 하나가 (물론 익명으로 포스팅에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양반이다)
길거리에서 포교하는 사람마냥
"주성치를 아십니까?"로 시작된
괴상한 홍콩영화 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감상은 그 유명한 [파괴지왕].
주성치 영화의 어이없음과 형식파괴에 대한 매료는 그대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죽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이미 나이를 훌쩍 먹어버린 주성치에게 과거의 파워와 에너지는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파괴지왕]이니 [007북경특급]이나 [당백호 점추향]같은 그만의 매니악한
모습은 이제 남아있지 않고, 범작과 걸작이 혼재하는 그의 작품은 꽤나 많지만
그래도 애호가들에게 하나를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은 이 영화를 꼽는다.
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 2부작.

월광보합이 오맹달과 주성치의 왠지 거북하지만 합이 딱딱맞는 코미디의 향연이라면
선리기연은 코미디와 함께 범속하지 않을 정도의 드라마 내공이 실린 작품이랄까.

나이를 먹기 전에는 월광보합이 참 재미있었지만
지금 와서 꺼내보니 선리기연을 계속 보게되더라. (저걸 가지고 있다는 것만해도...)
20대에 보던 감동과 30대에 보던 감동이 다른데
아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40대가 되어서도 아련함으로 남을 듯 싶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비틀기 위해 섞어놓은 왕가위의 [중경삼림]의 대사들이
오히려 지금까지 가슴 한 구석에 아련히 남아도는 제천대성 손오공의 대사로 기억될 줄
주성치 그 조차 예상했을까?


홍콩영화배우, 그 중 여배우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는 딱 세명이었는데
한 명은 관지림이고 또 한 명은 장민이었고 마지막 한 사람이 
이 영화의 히로인 주인이다.
 
선리기연 맨 처음에 이랑진군과 사천왕의 공격을 받으면서
싸우는 주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천상에서 강림한 선녀라고 밖에 안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난 이 아가씨 최근 사진을 보지 않는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아사코는 아사코로 남았어야 한다는
피천득 선생의 글은 진리 아니겠는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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