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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6 천하를 그대에게! 4
밥을 먹고
야리꾸리 심기불편한 작금의 사태를 개탄하며 아리꾸리한 웹서핑을 하던 도중에
뭔가 잘못 눌러서 이상한 화면이 붕 하고 떠버렸다.
역시 사람은 경건하게 살아야 해. 이런 팝업이나 띄우고 말이야~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닫아버리려는 순간
이상한 음성이 모니터에 띄워진 사이트에서 들려왔다.

"당신은 특별한 스페셜 그룹에 초대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각 나라별로 100명씩만 한정해서 시작되는 프로그램으로 당신이 거부하시면 다른 분에게 그 선택권이 지나갑니다."

얼씨구 이게 뭔소리여 하고 가만히 보니까 텍스트와 함께 거기 더빙된 사운드가 나오는 것이었다.
화면에는 warning이라고 써 있고 말이다!

오옷, 내가 이거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시스템에 잘못 접속한 것인가?
위키리크스같이 세계 지하정부의 음모라도 알아내는 것이야?
뭔가 빠져나가기 힘든 호기심이 내 클릭질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운드는 계속 나왔다.

"당신은 마음을 읽고 싶지 않나요? 여자가 뭘 원하는 지 말이죠!"

얼씨구,
대충 감이 왔다. 쓰잘데기없는 팝업광고였구만.

"당신 많이 차였지! 그건 당신이 못생겨서가 아니라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예요."

나도 알아!

"우리도 그랬어! 하지만 그동안 과학적인 통계실험을 거쳐서 여성들의 need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구!"

그러셔?

"난 20대 중반까지 여자 근처에도 못 갔지만 지금은 다르단 말이야! 잘 생기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집도 없어!"

잘났다 자식아

"그리고 이 방법은 아카데믹한 곳에서 검증도 받았단 말이지. 이건 FBI 프로파일러들이 쓰는 방법하고 비슷해!"

장광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실제 체험수기(?)가 음성으로 나오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무지하게 웃기더라. 그래서 나는 효험을 봤어요. 당신 짱이예요. 어떻게 이런방법을 . 우와 베리 굳 이거 뭐...
서양이나 우리나라나 다를 게 없구만. 어딜 가던 사내들은 다 같은 고민이네.
어찌하면 여자를 사귈까. 여자를 어떻게 공략할까. 어떻게 하면 같이 잘까.
쯧쯧쯧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듣고 있는데 메시지가 나왔다.

"자, 이쯤 봤으면 관심이 있다는 말이겠죠? 이 방법은 당신에게 유용할 거란 말이예요."

그럴지도.

"잠깐 소스를 공개하자면, 여자는 크게 8가지 종류의 타입으로 나눠져요."

지구 인구 반이 여자고 그게 30억인데 8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니 대단한데?
그 때 갑자기, 텍스트로 no.1 어떤 유형 하면서 글이 나왔다.

"첫째는 이런 유형이고 이러이러하고 이렇게 되지요. 둘째는 이렇게 되고 이러이러하게 됩니다.이런 걸 좋아하고
 행동패턴은 이렇게 되지요. 네번째는 이렇고 다섯번째는 이렇고 불라불라불불불"


오호옷?
생각 밖의 지문이었다. 굉장히 논리정연해 보이는 분류였는데...여성에 대한 편견은 둘째치더라도 사람에 대한 분류법에 있어서 나름대로 기조가 있었다. 여덟개가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달랐다. 마치 MBTI성격분석표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 아닌가. 얼씨구? 이거 약파는 게 아닌가? 진짜인가?

"우리는 심리분석학에 기초해서 말하는 중이라니까"

그래?

"실패가 없어.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정말?

"이것만 마스터하면 넌 의자왕이 되는거야!"

우왕? '0' 짱인데!

"아무한테나 하는 게 아니라고, 넌 특별 테스트그룹이라니까. 일단 시도를 해 보고 말해 봐. 효과 없으면 우리가 책임진다."

어어...그런거구나. 어느순간, 나는 모니터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사실, 정가대로라면 이건 400불이 넘는 건데, 이걸 200불에 반을 깎아서 주느냐? 아니지. 그럼 여기서 100불을 더깎아 100불이냐? 그것도 아니야. 넌 세계 도시에 나눠진 우리의 테스트 그룹이니까. 이걸 100불에서 더 딱 잘라서 60불에 동영상을 구입하면 말이야. 바로 넌 세계를 품안에..."

거기서 마우스를 클릭해버렸다.

짜식, 마지막 멘트만 없었어도 혹할뻔 했는데. 피라밋의 고장. 네트워크 마케팅의 선두주자 대한민국에 사는 나에게 그런 식의 어설픈 입담을 날리다니, 케이블 TV의 39800원 세트도 안 사고 있는 나에게.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순진무구하고
아무것도 없는 순진비참한 솔로 미국인들은 돈을 투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굉장히 그럴듯하게 들렸단 말이지. 이래서 교언영색. 영업통. 말로 돈을 만드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이다. 장사라는 건 그렇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 사실 해외결제하는 법을 몰라서 내가 안 산건지도 모르지.


그런데 막상 꺼 버린 다음에 무서웠던 것은

다 영어에 영어로 말한 거였는데 그 순간에는 몽땅 다 알아듣고 있었다는거다!
대충 설렁설렁 본 것 같았는데 엄청나게 집중해서 보고 있었어!
 
흑..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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