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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불만

작은 방 한담 2011. 7. 11. 22:52
1.
인간이 드글드글한 조직이라는 곳에 있다보면 [불합리]라는 것이 덩달아 암덩어리처럼 파생된다.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해야 하는 조직의 강령상, 사람의 편의를 도외시한 규칙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이 조직의 안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사람들을 옭죈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데
정작 사람들은 조직을 위해서 사람들이 불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다음 주 월요일부터 교회 고등부가 수련회를 떠난다.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이번 토요일부터 방학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의 고등학교들이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보충수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수업일수에 기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충수업의 첫 사흘을 빼 먹고 수련회를 참석하라는 것이
과연 응당한 일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앙이냐 세속이냐라는 이분법적인 질문을 내게 던진다면 저울추가 달라지겠지만
과연 그런 잣대를 아이들에게도 줘야 할까 싶은 것이다. 교회에서는 수련회장을 탐방하고 나서
답사영상을 보여주며 녹원이 우거진 좋은 수련원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인다. 우리 반도
가겠다는 애들과 안 가겠다는 애들이 반반이다. 물론 그것은 학생들의 의지다.

하지만 의구심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하필 지금 가야 하는 것일까?
물론 여기저기 시간이 안 맞고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일 것이고, 일정이 맞지 않고 학사일정과 충돌한다고
수련회를 안 가면 교육부서의 무성의함에 담당목사가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 수련원장이 그린벨트에 세워져 있는지 아닌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3.
젊은 선생들은 일단 다 같이 가자는데
나는 혼자 살 뿐 아니라 고양이도 두 마리 키운다.
대체 2박3일동안 고양이들을 어쩌라고.
수련원장에 데리고 가는 건 작심하고 애들 버리러 간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집에 놔 두고 간다? 그거 신경쓰여서 어찌 하겠나.

안 그래도 호구지책 걱정해야 하는 사람인데
참 이것저것 신경쓰인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원래 개개인의 처지같은 건 2순위로 밀려나고 조직의 목표가1순위가 된다.
이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모두가 아는 처지이지만
교회도 결국 진배없다는 소리잖아 이거.
 
그래, 어차피 이건 내가 투덜거리려고 쓰는 글이니까.


4.
맘이 심란해서 밥 하기도 괴롭고 그래서 집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한 50줄에 들어섰을까. 가장 한 명이 20대로 보이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와서 맛있게 밥을 먹는다.
뭔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가장이 큰 소리로 아들에게 훈계를 하더라.

"나중에 사회생활을 해 보면 알겠지만 말이야. 네가 책임을 지지 못할 상황이 오게 되면 말이지."

"예."

"무조건 입닥치고 가만히 있는거야. 일이 끝날 때 까지. 사회에서는 주류가 되어야 해. 비주류가 되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거다. 이걸 명심해."

무슨 무협지의 사파 교주가 문도들을 모아놓고 말하는 걸로 착각했다.
세상에 아비가 아들에게 '이뤄지지 않는' 정의를 설파해도 모자랄 지경에
저따위 말을 인생의 설교랍시고 늘어놓고 앉아있다니.

어차피 인간은 생존본능이 있어서 그런 설교를 듣지 않더라도 자신의 몸보신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 [불합리에 대한 분노]가 있느냐 [불합리에 대한 순응]이 있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미래와 구성원의 삶이 바뀌는 것이거늘
그런 천박한 논리를 아비의 인생설교로 삼다니.

쓰레기 프로토타입이 쓰레기 양산형으로 거듭나는 경이로운 광경을 본 것일까.
아니면 그 아저씨도 무언가 사회에서 맺힌 것이  있고 좌절한 바가 있어서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장마가 끝나지 않은 시기.
불평만 하늘에 가득한 요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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