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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1년사

작은 방 한담 2009. 10. 30. 19:30
어째저째 해 왔던 복싱이 이미 1년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변화가 좀 있긴 하더군요.

1. 체중감소
   - 하긴 체중이 급격히 빠진 것에는 개인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습니다만
      제대로 저녁을 챙겨먹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복싱...지옥훈련이 따로 없었습니다. 70kg대였던 몸무게가
      60kg초반으로 빠져버렸으니까요.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최근 이것저것 되는대로 닥치는 대로
      먹다보니 조금 희망이 보이긴 합니다.

2. 체형 변화
  - 태어나서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터넷에서 파는 원사이즈 옷들을 구매해서 입게 될 날이 올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게 일어났습니다.
    바짓단을 늘이지 않고 그냥 파는 청바지를 입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당. 거울 보면서
    '오호, 이 정도면 봐 줄만 한데?' 하는 진상짓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헐...

 - 그러나 절 애초부터 알던 아가씨들은
    "옵빠, 고생이 심하구낭, 얼굴에 빈티나"
     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3.모든 투기는 통한다
 - 검도와 복싱은 스텝과 주먹의 위치가 정 반대인 운동입니다. 하지만 힘의 전달과 몸의 움직임은 비슷하더군요.
    아마 쿵후나 합기도나 기천문을 했어도 그런 느낌은 받았을 겁니다. 사람의 몸이 어차피 사지로 되어있는데
    펼칠 수 있는 기예의 정수는 크게 다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엔 더 늙기 전에 펜싱을 한 번
    배워보고 싶긴 하네요.

4. 저녁 시간을 낼 수 없다.
 - 평일 저녁시간의 모든 것을 복싱과 바꾸는 덕에....술자리고 친구의 만남이고 팍 줄어버렸습니다.
    자청해서 도시의 수도승이 되어버렸네요. 이건 좋은 점이 아니라 단점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2주에 한번씩은 사람을 괴롭히던 두통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두 달에 한번 정도는 끙끙거리는군요. 헐...

예전에 상상하던 게 몇 개 있었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원래 딸을 낳으면 검도를 가르치고, 아들을 낳으면 복싱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질풍노도의 시기가 다가오고 딸네미가, 아들네미가 버럭 거리며 말안듣고 대들면

"네놈이 그렇게 잘났으면 아비를 눕혀봐라!" 하면서 끌고 나가는겁니다.
몇분뒤 아들/딸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전 자식놈을 내려다보며 헤비우퍼의 근엄한 목소리로 
"아직 넌 모든 면에서 미숙하다. 아비를 꺾으려면 멀었어!"
 하면서 뒤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스토리였는데

이건 뭐 집에 소라게밖에 없는 상황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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