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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3 병,병원, 의사 그리고 약사 2
  2. 2009.09.22 병원 그리고 의사선생
1.
며칠동안
신경이 날카로와질대로 날카로와진 상태에서 잔업을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몸살이 걸렸다.
원래 신경이 둔감한 편이 아니라서 두달에 한번 꼴로 아프다.
그나마 현대에 태어났으니 망정이지
조선시대나 구한말에 태어났더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을 법한 불량한 신체다.

병원에 들렀다.
얼굴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의사와 환자.
"이번엔 어디가 아프셔서~"
"머리와 목감기가~"
"요즘 유행이죠~"
"예"
"약은 부작용이 없었으니 좀 진통제를 센 걸로 섞어드릴까?"
"많이 돌아다녀야 해서..."
"그럼 예전처럼 넣는데 하나를 더 넣어볼테니 몸이 안 좋으면 빼시지요"

불치의 병도 아니고
몸이 환경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의사도 알고 나도 안다.
아마 약 한 두 세번 먹으면 또 나아질 것이다.

아프다고 징징대며 외로와요 외로와요 타령할 바엔
내 얼굴만 봐도 뭔 약을 투여할 지 아는 의사한테 가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물론, 전혀 정서적인 도움은 안 되지만.

2.
병원 아래 약국에 갔는데
호호백발 할아버지 약사님이 없다.
며느린지 동업자인지 모르는 아줌마가 처방전을 보고 약을 내 준다.

"약사 어르신은 어디..."
"이제 낮에만 잠깐 나오세요."

하긴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호호백발 할아버지셨다.
노구에 활인하기에는 스스로 보신할 나이가 지나신 몸이다.

아마 은퇴하시거나
못 뵙게 되겠지.

그래도 약을 살 때면 늘 보는 얼굴이라도
"이 약은 뭐에 쓰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듣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먹는 약이요~"
하고 일일히 알약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설교아닌 설교를 하던 분이 없으니
맘 한 켠이 쓸쓸하다.

봄은 봄인데 왜 이리 추우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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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실한 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만큼 부실하죠.

동네 병원에 갔습니다. 독감때문인지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의사선생을 만났습니다.
하도 많이 봐서 거의 안부인사 격입니다.

머리가 아파서, 배가 아파서, 기침이 안 떨어져서
거의 월마다 한번씩은 보는 얼굴이니 마일리지라도 끊어주면 좋겠습니다만
뭐 그런 게 있을리는 없고, 의사 선생도 대충 얼굴만 보면 어떻게 왔는지 아는 처지죠.
늘 그렇듯 간단한 처방과 문진입니다.

그래도 다녀오면 낫습니다. 하루를 다녀오면 한달은 버티지요.
그걸 보면 의사라는 직업만큼 요긴한 것도 없습니다.

소싯적에는 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10년이상 다녀야 한다고 누가 이야기해 준 담부터 정나미가 떨어졌지만 말이죠.
그렇지만 10년정도는 배워야 타인의 건강에 책임을 지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배워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의사가 되 보지 못한 사람들의 로망]이겠죠.

혹은 의사들의 로망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그렇게 되고 싶지만 현실이 시궁창이라 스스로가
돈에 종속되어가는 것을 한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전 조선 후기에 침은 조광일이라는 의원이 있었답니다.
침놓기로 소문난 명인인데 종기부터 속병까지 못 고치는 병이 없었건만
돈벌이엔 영 꽉 막힌 이였다죠.
친구가 말하길, 천한 의업을 가지고 그정도 경지에 올랐으면 명성을 쌓을 것이지 뭐하는 짓이냐 했더니

[불상하고 딱한 이들은 궁벽한 백성이다
 내가 침을 가지고 시정에 들어간 지 십년이고 그 동안 수천명은 살렸을 것이다
 내 나이 마흔이니 앞으로도 최소한 만 명은 살릴 수 있을 것이고
 만 명을 살리면 내 소임은 끝날 것일세.]
라 했다지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말이 아닙니까. 선생과 의사와 성직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정도를 가는 길도 험하디 험할 것입니다.
세상이 그렇지 못하고 얄팍하여 사람들을 혼미케 함에 미혹되고 무너지는 것이지요.

오늘도 낯 모르는 사람 덕에 하루하루 생을 연장받아 산다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의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광고쟁이의 잡설이었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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