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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9 베토벤 바이러스 4
오늘도 열심히 샌드백을 친구삼아 마구 때려주고 집에 오는 길에
띠를 옆에 두른 아주머니 한 분이 역 앞에서 뭔가를 나눠주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새로나온 우유라도 파는 걸까하고 봤는데 두른 띠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뭔 이야기야 하고 물끄러미 보고 있었더니 그 아주머니가 제게 전단 하나를 전달해주더군요.
[시민문화 예술단 신입단원 모집]

아하, 
정말, 말 그대로 현실에서 베토벤 바이러스를 하고 싶은건가.
챔버 필하모닉부터 합창단까지 다양하게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구성에 따라 전공자부터 애호가까지 다양하게 말이죠.

주최와 주관, 협찬을 보니 어째 관치와 족벌언론의 냄새도 물씬 나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단 뒷장에는 음악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잔뜩 써 놓았습니다.
그래놓고 실례로는 베네주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들고 있더군요.

하지만 아마 어른들은 [엘 시스테마]가 아니라 그 윗쪽에 써 있는 [음악교육이 두뇌발달에 끼치는 영향]에 더 관심이 많을 겁니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베네주엘라의 깡촌 출신이고, 엘 시스테마에서 교육을 받고 약관의 나이에 유수 필하모니의 지휘자가 되었다는 성공스토리 뒤에는 (저소득층의 문화교육에 대한 정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만 아마 그건 전단지를 보는 이 동네 부모들의 눈에 들어오는 사안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 자체는 좋은 일이겠지요. 최소한 이렇게 각박하게 사람의 정서가 메말라가는 배금주의의 사회에서 말입니다. 어폐가 있긴 합니다만 배금주의 속에서 예술이 꽃피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누군가 시간이 되고 여유가 있고, 그런 사람들부터 즐기기 시작하는 것이 원래 문화의 트랜드가 되어왔지요. 서양이나 동양이나 말이죠. 발상이나 목적이 어찌 되었든, 평범한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는 음악이나 예술의 발현점을 준다면 그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예술과 학문은 스스로가 살아서 움직이니까요. 

탤런트 송옥숙씨와 30% 정도의 싱크로를 자랑하던 아주머니에게 전단지를 받아들으면서 
이것저것 든 잡설이었습니다.

근데, 모집요강을 보니까 전 해당되는 곳이 하나도 없더구먼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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