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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6 손님은 왕이냐 8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서빙누님이 안 계시고 안경낀 아저씨가 대신 투입이 되셨더군요.

근데 갑자기 식당 저쪽에서 와락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야! 볼펜하고 종이 좀 가져와봐!"
어떤 손님이 카운터에 대고 말하는 겁니다.
뭔가 적을 게 필요했던 모양이죠.

슬쩍 돌아봅니다.
40대 중후반의 아저씨더군요.
자녀가 있어봤자 중고등학생일 법한 연배신데 말입니다. 

별로 화난 것 같지도 않더군요.
그냥 습관, 예. 습관일 겁니다.

[손님은 왕이다]
맞는 말입니다.
[모든 고객의 말은 옳다.]
많은 서비스업체에서 불문율로 삼는 격언입니다.
하지만 이건 공급자의 마음가짐이지 사용자가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라고 봅니다.

돈을 내고 재화를 사면 그 재화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게 상식이죠.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면 서비를 누릴 권리도 있는 법이죠.
하지만 돈을 냈다고 사람에 대한 예의까지 몰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돈을 내면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종업원은 사장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죠.
노동자는 업주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가 노동자의 입장이라도
다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돈 있는 자의 소유물이라고 인식하며 사는 세상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봤자
나에게 돌아오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줄어드는 것 밖에 없는 데 말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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