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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7 무상급식 8
1957년 제정된 어린이 헌장을 지금 다시 읽어보자. [떡배단배]의 마해송 선생님과 동화작가분들이 같이 발표하셨던 어린이헌장이다.1988년도 노태우시절 개정된 어린이 헌장은 세련된 맛은 있어도 사람의 폐부를 찌르지는 않는다.
  1. 어린이는 인간으로서 존중하여야 하며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
  2. 어린이는 튼튼하게 낳아 가정과 사회에서 참된 애정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3. 어린이에게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4. 어린이는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5. 어린이는 위험한 때 맨 먼저 구출하여야 한다.
  6. 어린이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악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7.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병든 어린이는 치료해주어야 하고, 신체와 정신에 결함이 있는 어린이는 도와주어야 한다. 불량아는 교화하여야 하고 고아나 부량아는 구호하여야 한다.
  8. 어린이는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도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9. 어린이는 좋은 국민으로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와 문화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난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다그치면 헌장4번을 외워서 이야기하다가 종종 맞은 적이 있었다. 이건 잡설이고...

결론부터 말하자.

무상급식이 정치적 쟁점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동네 후진국에 쌈마이 국가요. 라고 말하는 것 밖에 안된다.
갯벌 파 제낄 돈에 청계전 모터돌릴 돈은 있으면서 애들에게 무상급식 시킬 돈 2조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마인드가 후진국 개발마인드라는 것이고
 [사회주의적인 정책이니 포퓰리즘이니, 무상급식하면 다음엔 옷도 사주고 집도 사주나] 따위의 발언을 일국의 경제수장이 말한다는 것 자체가 쌈마이국가라는 것이다.

없는 놈만 주는게 타당하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세상에 찌든 때 좔좔 묻은 어른의 세상보는 눈동자라는 거지.

가끔 아버지가 식사를 하시면 종종 지난했던 과거지사를 이야기하신다. 그 중의 압권은 가난했던 학생시절이다.
월사금 못 내서 선생에게 쥐어터지던 이야기는 늘 나오는 단골메뉴다. 왜 아직까지 기억을 하실까? 선생놈을 씹어먹지 못하고 평안하게 칠성판에 눕혀 죽게 만드신 것이 천추의 한이라? 칠순의 아버지가 그 선생놈 묘자리라도 찾아가서 부관참시라도 하면 마음이 풀어지려나? 천만의 말씀에 만만의 콩떡.  답은 이거다.
같은 급우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으니까.

당신들 어렸을 적에 당한 트라우마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아른거리면서
왜 지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골라서 차별을 받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른들이 갖고 있는 게임의 법칙을 굳이 아이들의 세계에까지 확대해서 가르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하드보일드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여기에 [무한경쟁의 시대]따위의 양념을 치는 사회의 권력층들이 존재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의무교육은 경쟁교육이 되어버렸고 사교육시장이 애들을 가정과 학교에서 빼앗아가버렸다. 물론 우리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의식주 중 하나를 [기초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옵션으로 걸고 넘어지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한경쟁으로 경제가 힘들어져서 못먹는 애들이 생기고 경제적 불평등이 생겼다. 최소한 균등함이라는 것을 [기초교육]의 의무로 삼는다면 먹거리가지고 장난질은 치지 않아야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는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밥 먹고, 누구는 부모님이 싸주는 밥 먹고, 누구는 부모님이 사준 돈으로 햄버거 사 먹는 꼬라지가 사춘기도 안 지난 애들의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이게 반상의 구별이지 뭐냐.

앞에 써 놓은 57년도 어린이 헌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이 잘난 21세기에 1번부터 9번까지중에 뭐 하나 지켜지는게 있는가를.

우린 돈 앞에 영혼을 숭덩숭덩 뭉태기로 썰어 팔아 처 먹고 있는 중이다. 동정으로 긍휼로 국가를 지탱하는 중세시대의 미덕은 더 이상 현대사회를 유지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제발 위정자들은 알아주었으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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