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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작은 방 한담 2010. 10. 25. 23:51
지난 주 토요일, 거진 몇년 간 찾아뵙지 못한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뵈러 천안까지 온 가족이 떠났다. 온 가족이래봤자 나랑 동생이랑 부모님이다. 그래도이렇게 가족이 모여서 차를 같이 타고 내려간 것도 오랫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딱 출발까지였다. 단풍을 보겠다는 행락객의 여파로 9시에 출발한 우리 차는 12시가 되도록 기흥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결국 천안까지 반절도 못 가고 다시 돌아와버리고 말았다. 야밤에 도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다음 주 쯤에 다시 가야한다. 

아버지는 요즘 계속 무덤을 들르고 싶어 하신다.
사람은 때가 되었음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물론 저러다가 한동안 더 장수하실지도 모르지만 속내가 급하신 게다. 가족들의 무덤을 보고 어디에 묻혀있는 지를 보고, 그리고 정리해 둘 것은 다 정리해 두고 당신도 떠나실 채비를 하려는 것이다. 그걸 맏이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차가 막힌다고 연발로 욕을 해대는 아버지를 옆에 두고도 나는 한소리도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일순간이다. 
할머니 임종을 본 것이 어제 저녁같은데, 내 나이가 불혹에 다가간다.
누구나 사람은 흙으로 지어졌고 흙으로 돌아간다. 내가 살던 자취는 몇 달 지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억할 자는 기억하리라. 누군가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사라짐으로
우리의 후대들에게 인생의 필멸과 부질없음을 또한 깨닫게 할 것이다.

죽은자를 기억하라, 그들도 한 때는 우리처럼 청춘이었고 삶과 꿈에 모든 것을 걸고 밤을 새던 자들이었으되
지금 우리 곁에 남아있지 않으니 모든 이의 인생이 그러한 것이다. 너른 하늘은 계속 움직이되 변하지 않으나 좁은 땅에 발 붙인 이들은 영원할 것같은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다가 풀잎이 마르듯 소리없이 짧게 사라진다.

다음 주에 제대로 찾아가면 나는 할머니의 산소를 기억하려나.
그 수많은 무덤들 사이에서 조모의 묘소가 어디쯤 있는지 기억이 나려나. 

아마 이번에 가지않으면 그나마 실낱처럼 남아있는 기억도 흩어지겠지
기억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기억해야 내가 기억될 것 같은 이 느낌이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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