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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7 진짜 사랑
  2. 2010.10.03 핏줄이 너를 기억할 것이라 6

진짜 사랑

작은 방 한담 2011. 4. 7. 14:04
고은선생 만인보에 시 한구절 써 있는데
동네에 아리따운 처녀 하나 살았다지
그 처녀 심중에 고난있어
어느날 목매어 스스로 죽었는데

이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던
군산 총각 하나와서
그 여인 묘 옆에 움막짓고
몇 달을 시묘하다 사라졌다 하니
연애하던 사이도 아닌 그저 짝사랑하던 사람이라.

이것이 진짜 사랑 아니던가
사랑이 꼭 둘이 합의해야 사랑인가
어차피 사랑은 오롯하게 내 마음인데
그것에 충실한게 진짜 사랑 아니런가.

어차피 다시 받을 기약조차 없는
영영 떠난 사람에게 시간을 나눠주니
그게 진짜 사랑 아니었을까.

사랑사랑 다들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사람 일평생 살면서
진짜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가는 사람
몇이나 될손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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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만인보]를 받았다.

물론 만인보 전 권을 다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 첫 1-3권만 받았다. 
30권을 무슨 똥배장으로 선물을 달라고 하겠는가. 그건 도둑놈이지.
고은 시인이 1980년 감옥에 갇혔을 때부터 구상했다는,
민초들의 역사를 넣은 시집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시집. 
만 명은 못 되어도 5천명은 들어 간 시집을 내었다.

어찌보면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내었던 문체반정의 글들과 비슷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숨쉬는 글을 남기는 것이 진짜 역사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찌보면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당대의 이인거사들이 한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살아서 의원이 되었으니 죽을 때 까지 천명은 고칠 수 있다던 조선후기 침쟁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각설하고
난 맨 처음에 누굴 대상으로 글을 시작했는지가 가장 궁금했었다.

할아버지.

아무런 권세도 이름도 없이 [학생부군]으로 묻힌 고은 시인의 할아버지가
5천명의 넘는 시 속의 인물 중 첫번째로 올라와 있더라.
 
제목을 보고 시를 보는데 가슴이 울컥하더라.
생전에 아무 것도 남길 것 없을 줄 알았던 촌로가
문재(文材)있는 손주를 만나 장구한 민초의 역사 첫 장에 이름을 올렸다.

책이 있고 한글이 살아있는 한
고은의 만인보도 남을 것이고
만인보가 남으면 그의 조부도 영영히 기억될 것이다.
철따라 지내는 제사가 어찌 이보다 풍성하랴.

고은 시인은 욕심으로 할아버지를 올리지 않았으리라.
가장 평범하게 살아간 사람을 맨 처음으로 찾다보니
그의 조부가 생각났던 것일진대.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한 사람이 영영히 기억될 것은 주지의 사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기억해 주는 이가 있기를 사람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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