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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6 로스 맥도널드 -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
추리물, 탐정소설이라는 것은 사건과 범죄의 재구성을 통한 범인색출이라는 대명제 아래
각자 찬란한 개성을 지닌 명탐정들의 활약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수 많은 명탐정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 아직까지 휘황하게 그 이름을
빛내고 있다. 이 중에 누가 제일이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작가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로스 맥도널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드보일드의 완성형 탐정. 루 아처의 창조자.

필립 마로우처럼 술과 함께 취생몽사하는 인간도 아니고
모든 것을 한번에 꿰뚫어보는 천리안의 셜록홈즈도 아니고
폭력은 거의 쓰지 않고 사실 얻어맞는게 일상인 이 탐정은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한다. 그리고 그 심연 깊숙히 있는 인간성을 본다.

로스 맥도널드의 글은 묘하다.
겉멋이 들어가 있다고 하기도 뭣하고 담백하다 말하기엔 묘사가 많다.
지루할 정도의 장문도 아니면서 딱딱 끊기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다. 밝은 캘리포니아의 절경을 노래하면서도
속내에 깔리는 분위기는 고독하고 음습한 면이 있다. 루 아처가 등장하는 소설들은
모두가 1인칭인데, 읽다보면 나 스스로가 어두운 길을 희미한 등불하나 들고 걸어가는 기분이 든달까.

[소름] [움직이는 표적]을 읽고, 이번에 산 [위철리가의 여인]과 [지하인간]을 읽을 차례다.

하드보일드라는 것이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현실파 탐정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루 아처는 비정한 탐정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설은 하드보일드 그 자체다.
어쩌면 소설이 줄 수 있는 허구적 상황이 현실에 너무나 부합하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완성형이라는 칭호를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1950년대의 미국사회는
풍요로움과 함께 사람이 조금씩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인성이 파괴되어 가는 시점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의 탐정소설들은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지니면서도 비정함의 첨단을 공유하고 있다. 

가끔은 보면서
이런 글이 어떻게 조합되어 나왔을까 시기심이 뭉글뭉글 이는 작품들.

계속 읽다보면 모사라도 가능할까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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