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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화장실

작은 방 한담 2009. 11. 10. 20:14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중 
맞은 편에서 모자를 만남.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가고 있는데 얼굴에 [나 지금 짜증이 만땅일세]라고 써 있었고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상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느라 본의아니게 대화를 엿들은 바,
그 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 소년이 급히 요의/변의를 느껴 엄마를 보채고 있었고
엄마는 자식의 하소연을 듣다듣다 뿔다구가 난 것임.

집에가서 싸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넌 화장실에도 못 앉으니까 변기에다 싸야한다라고 어머니는
짜증이 나서 말하고 있었지만 아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어머니의 말이 귓가에 들릴 상태가 아님.

하긴 둘 다 짜증났을 것이다.

다 키운 줄 알았는데 길거리에서 똥타령 하는 자식을 보고 있는 어머니나
난 지금 급해죽겠는데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 못할망정 [극기의 인고]를 강요하는 이 여성은
정말 내 어머니가 맞는가 하는 표정의 아이나.

나도 경험이 있으니 아이의 느낌이야 안다.
국민학교 4-5학년이 될 때까지 학교 화장실에서 큰일 본다는 건 거의 일제시절 만세부르러 가는 거나 다름없는 배짱을 가지고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사람들 많은데 공중변소 가는게 왜 그리 창피했던지. 외가집 시골의 하염없이 떨어지는 푸세식 변소의 공포스러움은 왜 그리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지.

하여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난 이 어린 도령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 밀폐된 공간에서 응가를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흘끗흘끗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 아이는 나와 눈빛이 마주치자
갑자기 엄마손을 붙잡고 다른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똥싸면 잡아갈 것 처럼 보인 모양이다. 

내 덕이었나? 
아이의 인내력은 상상보다 강했다.




......
소년이여
쾌변하고 얼른 커서 화장실에 털썩 주저앉아 보는 배설의 기쁨을 누리거라.

그리고 난 나쁜 사람 아니야!
왜 다들 그러는 거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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