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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일기

투덜투덜 2011. 5. 21. 23:40
2주전인가
관광유람을 떠나신 부모님 집과 내 집을 둘 다 보느라고 이리저리 하루에 최소 두번씩을 두 집을 오갔다.
말이 두집살림인데, 솔직히 두집살림하는 인간들 체력이 장난 아닌 걸 느꼈다. 그거 딱 일주일 하고 났더니
몸에 이상신호가 오더라. 양 콧구멍이 아교바른듯 붙어버려서 숨을 쉬지 못하겠는 것이다.

켁켁켁 거리면서 깼다자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는데
그때서야 깨달았다. 수명중 사망이라는게 얼마나 웃기는 소린가 했는데 이거 피곤하면 얄짤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서 당장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원래 다니던 이비인후과를 가려고 했는데...예전 비염을 앓을 때 자꾸 수술을 하자고 해서
(내 코가 좀 휘어 있다. 젊었을 때 17:1로 흐벅지게 싸워서 그랬다면 억울하지도 않을텐데...다 유리문에 박은 거다.)
좀 주저주저하던 차에 가까운 곳에 평판 나쁘지 않은 병원이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 그곳으로 찾아갔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품위있게 보시더니 비염이 축농증으로 발전했다고 조금씩 치료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니면서 1주일 넘게 치료를 했는데...

1주일 넘게 수면중 사망의 공포는 그치지 않았다. 콧구멍이 있으나 마나...약먹고 병원에 가도 밤만 되면
철옹성처럼 콧구멍 두개가 완전봉합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와, 정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수술 어쩌구 마구 뻐꾸기를 날리던 예전병원을 찾아갔다.

"점막이 부어서 좀 지져야겠습니다."
의사선생, 다짜고짜 그러더니 갑자기 콧구멍을 하늘까지 뚫어버릴 기세로 뭔가를 찔러넣었는데
그 순간 다시 콧구멍으로 산소가 주욱~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젠장!

윌리엄 골딩은 무인도에서 파리대왕을 만났건만, 나는 대명천지 서울 시내에서 [돌파리대왕]을 만나
1주일이 넘게 시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까워라 내 시간과 돈과 쓸데없는 약을 먹느라 상한 내 육신이여.

구관이 명관이더라.

뜬금없이 어린시절 보던 TV제약광고가 생각났다.
"우왕~ 코로 숨쉬니까 좋다!" --- (이 광고 생각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미 연식을 측정할 수 없다.)
 
앞으로는 집 좀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살아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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