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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8 True Grit(2010) - 더 브레이브 4
Grit - (구어) 용기, 기개, 담력, 투지. 근성.

우리나라에 더 브레이브라고 들어온 서부극 [True Grit]를 보게 되었다. 
1969년 동명의 소설로 이미 서부극의 전설 존 웨인이 주연을 맡았던 역시 동명의 영화에 대한 리메이크작이다.
우리나라에도 방영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존웨인의 윈체스터 한손으로 돌려쏘기 (T-2 아놀드의 샷건 돌려쏘기는 나름대로 전통이 있는 방식이라는 것)가 나오는 것이 기억나는 것으로 봐서 분명 공중파에서 본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용기있는 추적] 인지 [진정한 용기]인지 하는 제목으로 나왔는데...고전적인 제목이 훨씬 
원제와 부합하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1969년 작 True Grit이라면)

(이것이 2010년 판이 되겠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나선 당찬 10대 꼬마소녀. 소녀를 돕는 연방보안관(이라고 직함은 되어 있지만 실상은 소녀가 가진 돈에 눈이 팔려 범인을 쫓는 바운티헌터 늙은이),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텍사스 레인저의 이야기. 워낙 오래 된 고전이라 스토리는 알 사람 다 안다고 생각하고 써 놓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리메이크를 맡은 코엔형제는 영화와 소설에 충실하도록 각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두 영화를 다 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010년 판이 훨씬 대사가 많고, 사실적이며, 보다 하드보일드한 편이라고.  

존 웨인이 맡았던 역을 계승한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는 화경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세상을 거칠게 살아온 낡아버린 총잡이의 역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보이는 지치고 자조섞인 노인의 모습은 그대로 1800년대 서부에 던져놓아도 될 성 싶다. 맷 데이먼 역시 재미있는(아.이건 봐야 안다)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14살로 여주인공을 꿰 찬 (실제 소설 주인공의 나이가 아마 이럴 것이다. 69년 판에서는 그래도 20대의 킴 다비가 맡았는데)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딱 부러지는 연기력이다. 막말로 영화 다 보고 나오면서 저런 딸내미 하나 있으면 두세번 집안이 망가져도 금새 복구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코엔형제의 연출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예전 [아리조나 유괴사건]부터 [더 브레이브]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대상을 찾으라면 [불가항력에 대한 인간의 하잘것 없는 운명, 그리고 노력에 대한 허망함]이 짙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광할한 우주의 운행에 따른 거대한 숙명의 파도가 아니라 장난같은 잔물결이라는 의한 미미한 결과물이라는 말투다. 당연한 것 같은 이야기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개인적으로는 웨스턴을 중국무협만큼이나 좋아한다. 세상은 어차피 회색으로 뒤엉켜있다고 사람들이 믿지만 종국에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검은 색과 하얀색이다. 그래서 배짱좋게 애매한 경계를 갈라버리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거나 감동을 받는다.  이 영화 역시 마지막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고 인간은 그렇게 마감되는 것일게다. 오랫만에 웨스턴의 아련한 냄새가 그리워지는 분들꼐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

하지만 대다수 한국관객들에게는 버림받고 있는 영화인 듯 하다. 이미 극장에서는 작은 상영관으로 옮겨가 버렸고, 조금 뒤면 극장에서 간판을 내릴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서부극과 무협이 통하던 시대는 지나도 이미 한참 지났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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