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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작은 방 한담 2010. 9. 26. 07:36
1.
간단히 말해서
이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이 겪는 딜레마는 개인의 페르소나와 사회적 책임간의 혼동이다.

엄청나게 고결한 인간성의 소유자 A가 있다치자
그런데 그 인간이 조직에서 어쩌다 실수를 했다.
그런데 인간성 개차반에 색마에 오입질에 폭력적인데다 주사만땅인 B가 그 사실을 알고 까발렸다.
개인적인 복수심이거나 그냥 사람 딴지거는 일이거나, 공명심이 발동했을수도 있다.

이거 맨 처음엔 아무리 봐도 A의 잘못이다.
그런데 시간이 가고 사람들의 토의가 깊어질수록
B라는 자식 영 개인적으로 알고 싶은 놈도 아니고, 꿈에서도 보기 싫은 타입의 인간이거든.
여기서부터 가치판단의 혼란이 온다.

"아오 썅, A가 잘못한 건 내 대가리를 부셔도 알겠는데, B라는 쉐이 생각만 하면 먹던 배내젖까지 올라온다"

슬슬 A 동정론이 생긴다. 여기서 B가 좀 삐끗거리는 발언이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본말전도.

"너 인간성 드러운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X놈아  내 그럴 줄 알았어"
식으로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고...이미 그렇게 되면 [조직내 실수]라는 A의 문제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는거다.


2.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지 이성의 동물은 아니거든. [이성적 동물]이라는 게 대체 어디있나.
물방개나 코끼리에 비해서 사람이 조금 더 이성적이라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조직 내 비리] 나 [불특정다수에게 피해줄 수 있는 사건의 본질]은 날아간다.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 이야기중에 가장 많이 나왔던게 뭐던가?

"지금까지 키워줬던 주인을 배신하고...지는 안 처먹었나?"

따위의 이야기였는데...아마 이런 이야기 하는 양반은 저런 감정을 토로할 만한 개인적인 사연이 있던가 가치관이 있던가 하는 것이리라. 저런 말 하는 사람의 격정을 치기어리다던가. 세상물정 모르는 노인네로 취급할 수는 없다. 그 사람 역시 나만큼이나 이성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김용철 변호사의 인간성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난 그 양반 알지도 못한다. 게다가 출신지역 운운하는 멘트 날리는 인간들은 난 금치산자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문제는 넘어가자)
 
문제는 어디까지 사람의 페르소나를 인정하는 것이냐지.

고전 동양에서는 인간의 개인적 수양에서 사회적 위치의 발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갖는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사회의 입장을 고전적으로 풀어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은 그렇지 않다.


3.
난 B같은 인간들을 정말 싫어한다. 알아둬봤자 3대가 고생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어서어서  자기가 알아 죽어버렸으면 싶다. 한 번의 고발로 그 사람의 인간성이 고결해지는 것도 아니고 영웅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 놈은 시기가 적절해서 고발을 할 수 있었던 것 뿐이고 그것이 사회에 유익했던 것 뿐이다.

하지만 A가 한 잘못은 덮어져선 안 된다. 아무리 천하에 뛰어난 인간이거나 좋은 조직이거나 흠결보다 업적이 많다 해도 그것이 다른 사건의 반복이 될 요지가 있거나 안 좋은 선례가 된다면 당연히 징계받고 사람들에게 지탄받고 명예가 찢겨 날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하니까. 만약 조선이나 당나라시절 같았으면 그냥 시 한 수 욾고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났겠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으니까.


4.
하지만 일이 다 처리된 다음에는 난 A랑 놀지 B랑은 안 놀거임.
난 감정적인 인간이거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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