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만 수독 오거서 해야 하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11 같은 책도 읽는게 다 다르다. 13

작가의 글을 씩둑깍둑 폄하할 경지에 이르지 못했으니 뭐라 날선 말을 내뱉을 순 없다.

[칼의 노래]는 예진작에 읽었고 [현의 노래]를 2/3정도 읽은 상태.

김훈선생의 필력에 대해서 이견을 낼 바 없지만 참으로 두 소설은 다르다.
둘 다 어시장에서 갓잡은 생선을 발라먹는 날것의 냄새가 나지만

[현의노래]는 넓은 경관을 수묵화로 그린 기분이다.
읽으면서 뭐랄까. 관조적이고 빠져들지 않는 기분이 든다면
[칼의노래]는
종이에 인쇄된 낱말 획 하나하나에 새파랗게 날이 서 있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주인공의 차이일 것이라고 믿는다.
[가야]출신이면서 나중에 이리저리 세사에 얽매이지 않고 신라까지 가서 소리를 찾은 우륵.
왕까지 버리고 간 나라에서 7년동안 한 번도 쉬지 못하고 바다를 지킨 충무공.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자신의 이상에 충실하게 살다 간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것은 있더라

우륵이 어떻게 살고지고간에
[그렇구먼]이라고 느끼지만
충무공의 간난신고를 읽으면
[이런 빌어먹을 젠장]이라는 표현이
이성 앞에 튀어나는 것이 현실.

사람마다 같은 책을 보고 느끼는게 다를 수 밖에 없잖은가.

누군가는 현의 노래를 보고 훨씬 정서적인 고양이 될 것이고
충무공의 용전분투를 보면서 [할배 참 사서 고생하네]라고 심드렁하게 말할 수도 있는 노릇.

살면 살수록
내 이야기 내가 느낀게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지고
그런 시각도 줄어든다.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