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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8 현명하게 나이를 처먹는 법 8
마흔줄도 안 된 내가 지금까지 겪은 바로
주위에서 현명하게 나이를 먹는 사람이라고 말을 듣게 살 수 있는 방법.
특히, 젊은 층에게서 그렇게 말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말을 하지 않는거다.


나도, 그리고 누군가 나이를 먹은 불특정인인 당신도
한 때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뇌세포와 뉴런이 슈퍼맨 지구 돌듯이 회전하며
창의적이고 유쾌하고 위트가 철철 넘치는 멘트가
언어중추의 신호를 기다리기 전에 혀끝에서 튀어나오던 사람들이었다.

그래, 우리에게도 소위 그 [리즈시절]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게 지금까지 먹힌다고 생각하면 평택옆의 오산이고
거기서부터 주책바가지 미친 직장선배 내지
저 인간은 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빙점으로 떨어뜨리지? 따위의 말만
무성하게 듣게 되는 거다.

일단 반사신경이 느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결과고
사회생활 10년 넘게 혹은 가까이 하게 되고 음주불사 흡연천국하게 되면
내가 생각하는 어휘와 단어의 교집합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이런 상태에서 머리가 불붙어서 팽팽 돌아가는 애들의 순발력을 따라잡겠다고
개그 아닌 개그를 하게되면
[저 아저씨 담엔 부르지 마]
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게 될 것이다.
(물론~ 나야 알 턱이 있나...얘들 요즘 왜 이렇게 바뻐? 그러고 있는거지.)

그리고 내가 아는 연예잡답이나 영화나 만화 이야기가 
젊은 층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은 해야한다.
윤심덕이 현해탄에서 죽은 이야기 같은 걸
아버지가 내 앞에서 지그시 눈 감고 얘기하는 거랑 뭐가 다르겠는가.
(사실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들으셨겠지...윤심덕이 언제 윤심덕이야)

나이를 먹고 젊은이들이 많은 자리에 갔을 때 특권은 딱 하나 있다.

말을 안 해도 딴지를 걸지 않고
말을 굳이 걸어주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거다.
가끔 호쾌하게 웃어주고
추임새 넣어주고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으면
당신은 대자대비하신 중년의 표상,
[나도 저렇게 나이스하고 사려깊게 늙어야지]의 귀감이 되신다.

설상가상 지갑까지 두둑하면
당신은 이미 나이스 젠틀맨.

이도저도 싫으면
그냥 같이 늙는 사람들하고 놀아야한다.
[내가 예전에 시라소니하고 명동 이화룡이가 싸울 때 말이지~]하는
지하철의 등산복 차림 할아버지들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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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긴 했는데

난 저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당.
 
그러나 현실은
당신을 아저씨라고 부르지 누구씨라고는 절대 부르지 않는 냉엄한 도시의 삶.

그냥 오늘부터는 수긍하고 침묵하고 살기로...ㅠ.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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