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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4 영화를 보다가...기억 6
와타나베 켄이 주연한 [내일의 기억]이라는 영화를 케이블에서 해 주더라.

잘 나가는광고회사 직원이 어느날 알츠하이머를 앓는 거다.
거래처 까먹고 이름 까먹고 그러다 점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까 먹는다.
여기까지만 봤다. 더 보기가 좀 부담스러운 영화더군.

저런 병에 걸리면 정말 어떻게 할 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런데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은 까 먹어도
사랑한다는 감정은 잊혀지지 않는 것일까?

이름에 대한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이름이 사라질 때 감정도 사라지는 걸까?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라는 것은 타자와의 구별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종의 규칙화된 코드라고 해 보자.
사랑한다 싫어한다라고 하는 것은
어떤 특정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주관적 가치판단의 기준이라고 봐도 될까?

바꿔 말하면
알츠하이머같은 병에 걸렸을 때
타자에 대한 구별판단부터 사라지고 점차 가치판단의 기준이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동시에 둘 다 같이 사라지는 걸까?

어떤 도시가 있다고 치고
그 도시를 이리저리 구획짓는 도로가 있고
그 구역 안에 건물들이 있다고 치면

도로는 감정이고 건물은 사람이나 사물이 되는걸까?
하나하나 재개발되어 무너질 때 건물부터 무너지고 도로를 재설계하듯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기억을 잃어 본 적은 아직 없고
지금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은 감정도 남아있지 않는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얼굴만 보면 가슴이 짜르르하게 아팠던 기억같은 걸
종내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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