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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4 그 날엔 비가 왔었다 2
비가 오는 날 저녁이면
으레 그 날이 생각난다.

지금부터 10년도 훨씬 넘은 그 날 저녁에
처음으로 입영열차라는 걸 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행선지를 향해서
더플백을 하나씩 메고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때가

"5분간 자유시간, 담배 일발 장전"이라는 말과 함께
흡연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담배를 물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연무대역 플랫폼에 앉아서
허연 담배연기를 뿜어냈더랬다.

그 많은 사내들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직 입으로 하는 것은 흰 담배연기만 내뿜는 동작 뿐.

당시 흡연자는 아니었지만
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한 건

시끄러운 빗소리에 대비되던
그 기묘한 대중의 침묵과
칠흑같은 어둠 속에
빛나던 흰 연기들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지금에 와서
가끔 그 일을 생각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군대시절이
지금보다 훨씬 고독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는 모두가 다 외로웠을 테니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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