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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2 이치반야리(一番槍) 4

일본 전국시대, 그리고 그 뒤로도
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사람을 포상할 때
적장의 목을 벤 것 외에 가장 큰 공으로 쳐 주던 게 있습니다.

이치반야리(槍)

전장터에서 가장 먼저 창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든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오야스미나사이도 까먹어놓고 이런 거 기억하는 거 보면 참...정신구조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셈이죠.

예전 지금보다 젊었을 적엔 삼국지의 제갈공명과 순욱, 사마의를 좋아했는데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장판교의 장비가 제일 멋있어 보이는 건 무엇일까요?
어쩌면
살면 살수록, 이성적으로 풀리는 일도 없고, 세상일은 뜻한바 대로 되지 않고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말이 정말 마음을 울리는 진리임을 자각할 때
차라리 온 몸으로 달려들어 아무런 유감없이 다 불태우는게
진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예전엔 모사를 좋아했다지만
곰곰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아닌가봅니다.
"형 좀 참으쇼"라는 말을
첼로팬에게 20년동안 몇 번을 들었을까...생각해보니. ㅎㅎㅎㅎ

그러다보니
일단 저지르고 후회되는 일도 많고
싸우다보니 내 깃발이 아닌 적도 많게 되지요.

늙으면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누누히 사람들에게 말을 하곤 합니다만
정작 말하는 놈은 신나서 앞에 서 있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가봅니다.
집안이 무반(武班)집안이라 그런가.

하여간 이젠 좀 자중할 때는 된 것 같네요.

그래도 애니메이션 캡틴하록 보면서
"난 내 깃발 아래서 싸우다 죽으리라!" 라는 말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하는게...

죽을 떄까지 철들려면 멀었나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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