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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4 뜬금없는 숙주나물에 대한 생각 5
숙주나물.
녹두나물의 다른 말이다.
반찬이지.
그리고 잘 쉰다.

그래서 숙주나물이다.
세종대왕에게 온갖 총애를 다 받은 뒤에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세조를 도와 공신이 반열에 든 사내.
지 딴에는 구국의 일념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후일 동료 사육신들이 모두 도륙난 반면 잘 먹고 잘 싸다 죽은 사나이.
그리고 당대의 천재. 그래서 금방 변질되는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 불렀다 한다.

한편 또 다른 이설도 있으니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을 보면
만두속을 만들때 숙주나물을 넣는데, 그냥 넣는것이 아니라 짓이겨서 쪄버린다.
사람들이 당시에 말하길
신숙주를 이 나물같이 짓이겨서 쪄버리자 라고 말하여
그것이 숙주나물의 어원이 되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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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누군가가 이야기한 포스팅이 있었다

사육신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조의 충성을 맹세하고 죽어갔다는 것은
당시의 기준으로는 충신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기준으로는 맹종에 불과하다고 썼다.

그걸 보면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몇 백년이 흐른 뒤에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80년대의 수많은 대학생들은 무어라고 판단해 줄 것인가
몇 백년 뒤에도 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로 남아있을 거라고 장담도 못하는데.
당시의 신념에 의해 부질없이 죽어간 청춘이라고 말 할 가능성도 있는 거다.

농담이 아니다.

광복 65주년인 지금
독립운동가들을 우리는 어떻게 환대하는가.
독립유적지는 남아있는 것도 없고, 독립군 자손들은 명예도 얻지 못하고
어떤 놈들은 무장투쟁을 한 독립운동가를 [무척이나 쿨하고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테러리스트라고도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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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모든 것을 심판해주지는 않는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한과 분노와 갈망같은 것은 주의깊게 보지않으면
역사라는 텍스트는 무미건조한 승자와 패자의 관계 외에는 남지 않는다. 

고작해서 왕조에 대한 맹종으로 당대의 학자와 무장 여섯이 실패한 쿠데타로 뒈지고
열매도 못 필 민주화를 위해서 지성의 총아였던 대학생들이 맞아죽고
자력독립도 못한 주제에 풍찬노숙하던 독립운동가들은 헛수고 하면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한다.

내가 [이성적]이라는 단어의 우상에 빠져서, 혹은 이성적인 척 하려고 
진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채 그냥 편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저 세 부류의 공통은
당시 사람들이 옳다고 여겼지만 감히 실행하지 못했던 당시의 이상을 위해서 일신의 영달을 포기하고
미래를 위해서 목숨을 던진 이들이라는 것이다. 철저히 [반이성적]이고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이성적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거다.

신숙주의 태도는 합리적일 뿐 아니라 비전도 있다. 구국의 결단아닌가.
이완용의 태도 역시 합리적이고 사리에 맞다. 일본이 동아시아 최강국 아니었나?
박정희와 전두환과 군사정권의 행동은? 당연히 합리적이고 수지타산에 맞는 행동이다. 분단상황하에서
민주화 소요과 국정혼란이 어떤 위기상황을 촉발할 지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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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람들은 하지만 알고 느꼈더랬다.
신숙주가 개새끼라는 걸
이완용이 개새끼라는 걸
전두환이 개새끼라는 걸.
앞에서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성적이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이상]과 거리가 먼 위인들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
인간에게 일반은총으로 내려 진 도덕률이 세상 말미까지 남아있는 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계산에 부합한 결과외의 꿈을 쫓도록 설계되어 있는 존재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숙주는 그냥 죽일놈인 것이다.
시간이지났다고 옹호받을 대상도 아니고, 재평가 해줄 필요도 없는거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필요도 다시 훑어볼 필요도 없다.

그냥 맛나게 만두나 처먹으면서 살지
뭔 숙주나물 운운하면서 살고 앉아있겠냐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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