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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2 오키나와 여행 (2012.3월) -3 2

슈리성 역 근처에 가면 수리성까지 자전거로 갈 수 있도록 자전거 렌탈점이 있다. 이걸 봤을 때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예감했어야 했는데...넉넉잡고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그냥 한적한 시골 마을길 걸으면 되니까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만약 5월이 넘어 태양이 작렬하는 오키나와에서 슈리성 관광을 하겠다면 걸어가는 거 말리고 싶다. 역 근처에 슈리성까지 가는 버스가 있으니 잡아타고 가도록. 나는 되도록 돈을 아끼겠다는 심보로 걸어갔다. 날씨가 흐려서 걸어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슈리성 밑둥치에 세워진 오키나와현립 예술대학. 슈리성은 종전 후에 대학교로 사용된 적이 있다는데


다니던 학생들의 고생이 한양대 못지 않았을 것이다.)


슈리성은 유구국의 도성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경복궁이나 창경궁같은 스케일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아기자기 잘 짜여진 산성과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천수각 하나에 집중된 군사시설의 성은 아니고 중국식의 성과 일본식의 성이 묘하게 짬뽕된 느낌의 성이다. 성벽과 대문은 굳건하니 높고, 수많은 문으로 연결된 성벽이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넓은 정전이 마련되어 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문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소노한우타키시몬. 예전에 국왕이 행차하면 이 문쪽에서 남은 사람들이 국왕의 안녕을 빌었다는데...이 문은 그냥 쪽문이다. 

보통 성벽의 높이가 이 정도...이걸보면 우리나라 임금님들은 백성들이 별반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계단이 있고 더 육중한 두께의 성벽이 그 안에 있고...아열대의 석성. 앙코르와트에서도 느낀 거지만 남방아시아계의 석조건축물들은 묘한 장려함이 느껴진다. 하긴 유구국은 남방아시아라고 하긴 뭐하다. 그냥 유구스타일...묘한 요새도시의 느낌이 난다.


슈리성의 최상층부 도착, 저 붉은 문을 지나면 작은 광장이 있고, 그 안에 있는 도 다른 붉은 대문을 지나야 왕이 업무를 보는 대전과 정전이 나온다. 그런데 거긴 유료관람....여기까지 왔으니 그냥가긴 뭐하고 유료관람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사람은 아무도 안 보이고 모두 일본 열도에서 몰려온 할머니들...

들어온 정전의 모습. 상당히 아기자기하니 예쁘게 생겼다. 우리나라 정전 뜰을 생각하면 오산. 카메라가 광각으로 잡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작다. 건물 내부는 2층으로 되어 있고 왕은 1층에서 업무를 보고 2층에 진짜 용상이 있다. 독특한 모습의 궁전이다.

어떤 망할 놈이 북쪽 전각에 불을 내서 지금 보수공사중이었다. ㅠㅠ

2층에 올라가면 용상이 있다. 중산세토라...중국에서 수여한 현판중 하나. 중산씨족이 영원히 나라를 다스리기를 원하노라 이런 뜻이라고 한다. 각설하고, 2층은 사진촬영이 허가된다. 

...2차대전때 다 폭격으로 박살나고 지금 만들어 놓은 것은 사료를 토대로 만든 레플리카거든.
안내하시는 분께 카메라 부탁하면 잘 찍어주신다. 옥좌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지만 눈 버릴 것 같아서 내 얼굴은 차마 못 올려놓겠다. 

이곳을 구경하고 나면 슈리성의 메인 관람은 끝. 이곳을 지나서 돌판을 잇대어 만든 고대 유구왕족의 오솔길을 걸어서 카페를 들러 시원한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오키나와 관광의 기본 코스로 되어 있지만 난 그리 가지 않았다. 사실 카페에 들려서 사내 혼자 차 마시는 것도 뭐 같고 오키나와 관광의 기본 코스튬이 청바지에 브라운 레자 자켓+선글라스였기 때문에...조직에서 딸려나가 오키나와에 도망온 야쿠자처럼 보일 것 같아서 그냥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누가 뭐라 하건, 슈리성은 일세를 풍미하던 왕국의 도성이다. 도성의 성벽에서 바라보면 푸르른 바다까지 나하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청명한 햇살이 들어올 때 성에서 바라보는 유구국의 영토는 참으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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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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