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웨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4.01 가윈경과 녹색기사(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 1

서양의 격언과 교훈집은 동양과는 달리 장중하고 긴 문체로 이어진 [우화]의 형식을 띄는 경우가 많다. 
의미함축적이고 글자의 행간을 찾아 깊은 뜻을 음미하는 맛이 있는 동양의 고전과는 표현방식이 다른데
기나긴 구절과 문체의 반복적인 장면전환으로 의미를 이해하기는 매한가지로 난해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소개하는 [가윈(거웨인)경과 녹색의 기사]는 중세 아서왕 로맨스중 하나로 나름대로 유명한 작품중 하나인데
얼핏 봐서는 기사의 공훈담 같지만 그 안에는 신학적 상징주의와 더불어 중세인들이 이데아라고 생각한
철인의 이상향이 들어있는 짧은 서시이다.

크리스마스에 아서왕의 궁전에 기골장대한 괴인 [녹기사]가 출현해서 목자르기 게임(이게 게임이야?)을 신청하고
거기에 맞서서 녹기사의 게임을 신청하고 모험을 떠나는 원탁의 기사 거웨인의 무용담이다. 이 서시는 거웨인의
모험을 그리고 있는데 그 과정중에 중세인들의 선(virtue)이라고 생각한 신뢰,관대,예의,순결,연민에 대한 기사의
자기고행을 그려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사는 그 모든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진리를 찾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비단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더라도, 거웨인의 무용담과 그 과정은 [교훈]을 염두해 두고 쓰여진 책일지라도 상당히 시사할 점이 많고, 그의 도덕적 노력과 의무를 진 자로써 갖는 책임감에 대한 용전분투는 독자로 하여금 묘한 쾌감을 갖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에 관한 이야기들은 숱한데, 그 전체적인 개략을 살펴볼 때 어찌보면 가장 완벽한 기사도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아서왕이 아니라 거웨인이다. 아서처럼 운명이 선택한 용사도 아니고 란슬롯처럼 여자에 홀려서 기사도를 팽개치지도 않고 트리스탄처럼 애정에 목말라 자기자신을 파멸시키지도 않고 갈라헤드나 퍼시발처럼 신앙에 종속되어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신의 종속자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기사로써는 란슬롯에 버금가는 무용도 펼칠 줄 알고 성질도 가끔 부리고 미련퉁이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그는 기사의 본분을 넘어서지 않고 늘 자신의 모자람에 대해서 고민하고 늘 고친다. 
녹색의 기사 말고도 유명한 거웨인의 설화 중 하나는 거웨인이 장가가는 에피소드인데, 이 이야기에서 그는 자기보다 한참 격이 낮고 못생긴 아가씨를 부인으로 맞게 됨에도 불구하고 남편으로써, 그리고 현명한 자에게 배우는 말학의 모습으로 충실하게 부인에게 외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거웨인은 중세민중이 가장 숭앙하면서도 가장 가깝게 느끼는 [훌륭한 기사]의 원형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짧은 시집인데, 중세어로 쓰여진 이책을 이동길 교수는 10년에 걸쳐 번역해냈다고 한다. 번역자에게
은총있으라.

p.s) 사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이 주제는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꽤 있었다

그 중 유명한 건 1984년에 나온 [Sword of Valiant], 거웨인과 녹색기사라는 타이틀의 영화였다.
이 영화는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파 방영이 되었던 영화다. 주인공 거웨인이 누군지는 예전에 까먹었지만
녹색기사의 위광이 너무 당당해서 아직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다.

[숀 코네리] 이 아저씨가 녹기사로 등장을 하셨으니까.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