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6.30 가츠의 죽음 6

가츠의 죽음

작은 방 한담 2011. 6. 30. 18:08
1.
무려 8년

나와 내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했던 내 소라게가 드디어 죽었다.
갑각류, 새우같은 녀석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줄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었던가.
잘 살면 15년 30년이라고 했었건만
아무래도 내 집은 그정도로 후한 수명을 누리게 해 주기에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었던 모양이다.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변태를 하면서
자신의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십여차례 반복한 듯 했다.
늘 죽은 것 처럼 보였지만 어느 새 다시 살아나 내게는 '불사신'으로 보이던 그 녀석이
결국, 탈피에 실패해서 굳어져 죽어버린 것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어렵고 힘들 때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게 묘한 감동을 주던 녀석이
이제 집에 없고, 텅 빈 어항만 남아있는 걸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이미 부패하기 시작해서 적당하게 담아주지도 못하고 대충 싸서 같이 버려버렸으니
그 또한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한 것 같아 서글프다.

어느 생물이
낯모르는 인간과 어우려져 8년을 같이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족속으로 만나서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까. 사람보다 진한 연이었구나.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난 내세를 믿지는 않지만 다음 세상에 만나면 우리 꼭 친구하는 거다."

가장 고독하고 힘들 때 내 곁에 있어줬던
정말 고마웠던 내 소라게.
가츠.

안녕. 
정말 고마웠다.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