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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9.24 가을이 오는 길목

옛 추억

작은 방 한담 2010. 10. 5. 20:33
여차저차 일이 생겨 10년만에 졸업한 대학교에 들렀다.

졸업한 뒤 이 근방으로 와 본 적이나 있었던가.
같은 서울 하늘 아래라고 해도, 좁은 서울땅도 품팔다보면 넓기 그지없는 것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근방에서 가장 큰 건물이 학교 도서관이었던 적도 있었건만
이제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주상복합이 앞을 가로막고
대학병원은 신축을 해서 도서관보다 훨씬 커져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로비를 채운 각종 음식점들, 커피점들, 

아이들의 모습은 변한 것이 별로 없어보였지만
건물의 모습이 더욱 많이 변했구나.

내가 졸업한 정치대는 이미 구 건물에서 나와 신축된 건물로 들어갔고
예전에 계란과 라면을 팔던 매점은 이미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서고
새로 신축된 건물 안에는 고아하게 와플과 커피를 팔고 있었다.

이제 손글씨 매직의 대자보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익히 보아오던 이슈는 걸리지도 않았다.
내가 보기엔 가볍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무거운 주제들이 대자보를 메우고 있었다.

이미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퇴물이 나이 먹은 것을 유세하랴.

다 그렇게 지나가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학교 사수대가 안기부 블랙리스트 3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신입생때 선배들이 심심파적으로 해 주던 이야기. 하긴 나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은 가고 건물은 남고
사람은 변하고 건물도 변하는구나.
변하지 않는 것은 가을하늘과
고고히 터를 지키고 있는 학교 앞 홍콩반점 뿐이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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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온 몸이 소슬해서 깜짝 놀라 다시 일어났다. 열려 있는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가왔다.
며칠 새 급변한 날씨에 놀랄뿐이다. 미친듯이 비가 몰아치더니 어느 샌가 아침에 부는 바람은 한기를 띄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늘 가을은 이런 식으로 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추워서 깜짝놀라 주위를 살펴보면 그제서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드디어 가을이구나 내가 깨닫기 전, 몸이 가을이 온 것을 항상 먼저 알았을 것이다. 감기에 걸리든, 갑자기 추워지든.

나이를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 세월이 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나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 세월인가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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