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작은 방 한담 2009. 12. 8. 13:19
그 때도 눈이 왔었다.
3년 넘게 일하던 회사의 문을 마지막으로 열고 돌아나오던 그 날이.

아무 생각 없었고, 적잖이 후련했었다 느꼈지만
그 때는 몰랐었다. 뭔가 하나 남아있었다는 걸.

서로 알았던 것은 20대.

그리고 다시 봤을 적엔 이미 30대 중반을 훌쩍 넘겨
서로 그 동안 쌓여온 인생의 길이 다르고
그동안 겪어온 시절의 때가 켜켜이 묻어있어 그 시절의 윤곽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 때 왜 그만 뒀어요?"

대답이야 무엇이라 하겠나. 지금에 와서야 그만 둔 까닭이 생각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즐거움의 산물이랴. 되씹을 추억이라도 될 도리가 있을까.
그리고 이미 그 때 가슴에 묻어놓은 말을
서로 현실에 충실할 이 나이에 다시 꺼내 무어라 말을 할 수 있을까.

첫 사랑을 잊으려고 군대를 갔고
두번째 실패를 잊으려고 지방전근을 갔었다.
퇴사를 한 것?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같은 이유였으리.

웃어 넘기고 길을 재촉해 돌아오지만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뜬금없이 어울리지 않는 눈물 한 방울.

혹자는 이야기하더라.
그런 이야기는 혼자 묻어두라고. 당신에게 오는 다른 사람들을 막을 뿐이라고.

하지만 사내가 여자와 같으랴.
다른 건 몰라도  사내의 과거와 사랑과 추억과 그리움은
흑빛으로 바래지 않는 영원한 칼라인것을.

시간이 꽤나 흘렀다고 생각했건만
그래서 같이 살던 사람 이름도 잊어가지만
가슴 한 켠에는 잊지 못할 사람의 이름이 하나씩은 있는 법이라는 걸
주책맞게 내리는 소소한 눈방울이 새삼스레 기억나게 해 주는 하루.

오늘은 자작이라도 할까.

시리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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