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tain - 2

역수 나가는 날 2008. 11. 12. 12:18

당시 상황이 90년대 초반, 3저호황의 황금기를 마지막으로 누리며 두화니와 태우가 밥솥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던 시절이다. 국민들도 이 정도면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시점이었고 해외여행도 슬슬 늘어나던 시절이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돈가지고 그 짓하느니 어디 적금이나 때려 넣었겠지만 그래도 젊은 시절 세상견문 넓히는 게 좋은 일 아니었겠나 싶기도 했나보다. (사실 요즘같은 시절에 그 때 갔던 나라 다시 가 보라면 죽어도 못 간다. 경비 따지다 보면 절대 못갈 나라들이 되어서...)

어쨌거나, 그 다음날부터는 일행들과 (어허, 일행이 있었어! 이거 팩키지 관광이었던게지. 난 왜 배낭여행이라고 생각했나? 기억의 치환일세. 허허 참.) 돌아다니다가 하루정도 따로 떨어져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는 친구의 친척이 런던 외곽에 사시는데 그 분을 잠깐 보러 같이 가자는 것이다. 겁도없지, 그래좋다 하고 따라 나섰는데 이 두놈이 어딘지도 모르고 기차를 탔던 것이다.


(설마 이런 기차였을까? 난 해리포터가 아니라고)

그 다음 일은 기억에서 긴가민가 한데 하여간 그 친척분이 우리를 픽업해서 갔던 건 기억난다. 동네가
이튼스쿨과 윈저성이 옆에있는 동네였다. 하여간 전원주택에 살고 계셨는데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우유를 가져가려고 하면 발이 까만 여우가 와서 좀 달라고 낑낑거린다는 괴상한 동네에 사시던 분이다.
(직업이 뭐였을까?)

그 분의 집에서 잠시 점심을 먹고 기분으로 이튼스쿨과 윈저성을 구경하러 떠났다만
주말이었는지 이튼스쿨은 문이 잠겨 있고 윈저성은 공사중이라 겉만 보고 나왔다.
근데 왜 이튼스쿨을 보여주려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지금 와서보니 그 분이 우리를 고3으로 착각하고
어영부영 놀지말고 열심히 공부나 파라는 뜻에서 일부러 데려가신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지닌 특목고(?) 이튼스쿨. 실제로 가 보면  황량한 분위기도 연출되고 여기저기 짱박힐 곳도 많고 안 보이는 음습한 곳도 꽤 있어서 학원폭력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는데 여기 애들은 그런 거 없는지...하긴 웬만큼 돈 없으면 출입문 구경도 못한다는 곳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다른 기억은 전혀 없는 나라 영국, 마지막으로 기억나던 건 칼레로 가는 호버크래프트에서 본 도버의 해안가 정도랄까? 너무 짧았나? 피시 앤 칩스라도 먹어줬어야 했지만 그 때는 정말 너무 어렸던 시절이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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