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tain -1

역수 나가는 날 2008. 11. 12. 11:52
태어나서 맨 처음 비행기를 타고 가 본 나라가 어디냐 라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말들이 나온다.
나 같은 경우는 [영국]이었다.

솔직히 영국이고 뭐고 가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10몇년 전,
대학새내기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이어서 그냥 공부에 대한 걱정없이 집에서 퍼져 자며 뒹굴수 있을 거라는 신나는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옆동네 고등학교 동창놈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맞춰서 배낭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흘렸고, 내가 아닌 부모님이 [성인이 되었으니 외국으로 여행 한 번 가 보는 것도 좋은 일 아니냐!]라고 추임새를 넣어서 졸지에 나는 [차표한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가 되어버렸다.

그 때까지 부산도 못 가 본 나더러 비행기를 타라니.

일단 비행기 안에서의 과정은 생략하겠다. 한가지 생각나는 건 이륙할 때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는 것과 터뷸런스라는 [항공생활의 일상사]를 처음 겪을 때 생기는 공포감. 앉으면 뭔가 먹을걸 갖다주는 내 적성에 딱 맞는 비행기 서비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14시간 동안 비행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사람이 바보가 된다는 정도였다. 처녀비행 14시간은 가냘픈 20살의 청년에게 참 가혹한 일이었지만 어쨌건.


(히드로 공항이 어디 있나 둘러보다가 찾은 지도...아 이걸 봐도 전혀 공감이 안돼)

영국에 떨어졌다.
히드로 공항이었겠지. 입출국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주제에 밤공항에 떨어져서 액센트도 못 알아먹겠는 출입국 직원의 말에 예스 예스 땡큐만 하다가 짐 빼들고 튀어나왔는데 공항이 뭐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냥 런던까지 바로 빠져나오는 셔틀을 타고 (응? 배낭여행이 아니라 팩키지여행이었던 모양이군. 그래, 지금에서야 생각난다) 호텔로 들어가서 여장을 풀었다. 비행기 냉방병으로 고생 좀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 호텔 이름은 아직도 생각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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